경찰이 살인범 조작-사건현장에 흉기 사다놓고 자백강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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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釜山=鄭容伯기자]경찰이 증거를 조작,단순절도범을 다른 사건의 강도살인범으로 몰아 사형구형까지 받아낸 사실이 재판결과 드러났다. 부산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朴泰範부장판사)는 1일 지난 1월 아파트에 침입,금품을 빼앗으려다 실패하자 가정주부를 흉기로 살해한 범인으로 지목돼 구속기소된 서보원(徐輔源.28.
공원.부산시북구덕천1동)피고인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강도살 인죄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사건과 별개인 92년12월,93년4월 발생한 주거침입.절도죄만을 인정해 徐피고인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번 판결문에서 강도살인 범행에 사용됐다는 흉기.장갑이 증거물로 채택될 수 없는 사유와 수사과정.범행전후 정황등을 구체적으로 제시,경찰의 증거조작과 강압수사로 자백을 받아낸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재판부는 먼저 경 찰의 증거조작으로▲경찰이 피고인으로부터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버린 장소에 대한 자백을 받고도 이틀이나 지난 1월26일 현장수색에 나섰고▲그 사이 경찰관이 인근 가게에서 피고인이 사용했다는 것과 같은 종류의 흉기(과도)두자루를구입했 으며▲현장수색 직전에 경찰간부가 과도를 찾아낸 장소에서나오는 것을 인근 주민이 목격한 사실등을 들었다.
따라서 재판부는 이같은 정황등을 미뤄볼 때『경찰이 고의로 흉기를 사건현장에 떨어뜨려 놓은뒤 증거물로 찾은 것처럼 조작하고강압수사를 통해 자백을 받아냈음이 재판과정에서 밝혀졌다』며 경찰의 조작.강압수사를 확인했다.
재판부는 또 徐씨의 알리바이에 대해▲徐피고인은 사건당일 직장동료와 함께 점심을 먹은 뒤 오후1시30분쯤 회사로 돌아와 작업을 했고▲오후4시쯤 사장 심부름을 한 사실이 동료.사장진술등을 통해 인정되고 따라서 범행장소와 회사와의 거리 등을 종합해볼때 이날 오후3시 徐씨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특히 경찰의 잘못된 수사과정등을 바로 잡아야 할 검찰도 수사초기부터 이같은 석연찮은 부분이 드러났지만 경찰의 말만 믿고 그대로 강도살인죄로 기소한 후 사형구형까지 내려 피의자의 인권경시풍조를 엿보게 하고 있다.
한편 徐피고인은 지난 1월10일 오후3시쯤 부산시북구덕천1동한효맨션 403호 鄭혜실(37.여)씨 집에 침입,금품을 빼앗으려다 실패하자 鄭씨를 흉기로 살해한 범인으로 지목돼 부산 북부경찰서에 의해 구속기소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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