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총학생회장들의 선거운동 문제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전국 42개 대학 총학생회장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해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전국 대학을 순회하면서 이 후보 지지를 호소하겠다고 했다.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행사를 기획한 한나라당이나 이에 동조한 총학생회장들의 태도가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를 수개월 전부터 준비해 왔다고 한다. 올 대선부터는 투표 연령이 19세로 낮아졌으니 대학생 표의 비중이 더욱 커진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학생회장들을 동원해 지지선언을 유도한 게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조직화된 세력이 군과 대학생뿐이었으니 대학생들이라도 민주화운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민주화된 지금은 대학생들이 정치 전면에 나설 이유가 없다. 학창 시절 배우고 실력을 쌓아야 할 대학생들을 정치판에 끌어들여 정치꾼이나 만들겠다는 것인가. 교수들이 정치권에 줄을 서더니 이어 총학생회장까지 줄을 섰다. 아니 정당판이 이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서명한 총학생회장들도 반성해야 한다. 누구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자연인이 아닌 총학생회장의 이름으로 특정 정당과 후보에 대해 지지선언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총학생회장은 학생자치단체의 대표일 뿐이다. 동료 대학생들의 정치적 의사와는 무관하게 현실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위험하다.

지지 발표 후 많은 대학에서 학생들과 교수들이 반발해 지지를 철회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최근 중앙대 총장이 이명박 후보 선대위에 들어간 게 문제가 돼 결국 선대위 직책을 포기해야 했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한나라당과 이 후보는 총학생회장들을 대선에 이용하겠다는 계획을 당장 포기해야 한다. 미래의 한국을 책임질 대학생들을 일찌감치 정치로 오염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총학생회장들도 정치권의 유혹이 아무리 달콤해도 흔들리지 말고 대학생 본연의 자세로 돌아갈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