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니’와 ‘-느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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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오랜만에 친정 나들이를 한 딸이 매일 늦게 들어오는 남편과 사니 못 사니 불평을 늘어놓으면 어머니는 미우니 고우니 해도 그래도 서방이 제일이라고 토닥이곤 했다.” “부부 싸움이 도를 넘다 보면 뭐 이혼하니 마니 말들이 많죠.”

예문에 나오는 ‘~니 ~니’ 형태는 흔히 볼 수 있지만 틀리기 쉬운 표현이다. ‘바나나니 망고니 온갖 과일이 가득한 청과물 가게’처럼 명사 등에 붙여 쓸 경우에는 별로 틀릴 여지가 없다. 이때의 ‘-니’는 조사다.

문제는 “배고픈 사람에게 요기시켜 줬더니 쓰니 다니 말이 많다”처럼 용언(형용사나 동사) 뒤에 ‘-니’가 붙는 경우다. 이때의 ‘-니’는 어미로서 ‘이다’의 어간인 ‘이-’, 받침 없는 형용사 어간 또는 ‘ㄹ’ 받침인 형용사 어간 뒤에 붙어서 ‘이러하기도 하고 저러하기도 하다’는 의미를 나타낸다(표준국어대사전).

그러므로 앞 예문의 ‘남편과 사니 못 사니’는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살다’가 동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써야 할까? 사전을 보면 ‘있다’ ‘없다’ ‘계시다’의 어간, 동사 어간 또는 어미 ‘으시’ ‘었’ ‘겠’ 뒤에서는 이런 경우 ‘-느니’를 쓰도록 되어 있다. 즉, ‘남편과 사느니 마느니’로 쓰는 것이 바른 것이다. ‘이혼하니 마니 말들이 많죠’도 ‘이혼하다’ ‘말다’가 동사이므로 ‘이혼하느니 마느니 말들이 많죠’로 쓰는 게 옳다.

받침이 있는 형용사일 경우에는 ‘많으니 적으니’ ‘넓으니 좁으니’처럼 ‘-으니’를 사용한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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