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가서 숙제 해와라 휴일 國校生 몰려 북새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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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국민학생들에게 우리 문화유산을 눈으로 보고 배우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행하는 박물관 견학교육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박물관 견학.유물사진 수집을 숙제로 내주는 학교.교육청간 현장학습 시기가 조절되지 않아 한꺼번에 학생들이 몰리 는 데다 박물관에는 학생들을 지도할 전문요원이 태부족해 관람.학습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채 숙제를 위한 사진찍기 경쟁등으로 소란,무질서만 갈수록 더한 때문이다.
30일 서울종로구세종로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일요일을 맞아 평일4천6백여명 정도인 관람인구의 3배가 넘는 1만7천6백명이 몰려 큰 혼잡을 빚었는데 관람객의 대부분은 국교생과 학부모들이었다. 국교4년 사회과 과정 「문화재와 박물관」 단원이 수업진도상 10월중 가르치도록 돼있고 거의 모든 교사들이 박물관을 다녀오라는 숙제를 내 한꺼번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이다.
그러나 유물들을 꼼꼼히 살피는 학생은 찾기 어려웠고 대부분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몰려 뛰어다니며 사진찍기에 정신이 없었다.
서울K국교 朴모(10)군은 『숙제가 박물관에 갔던 증거로 유물사진을 찍어오라는 것이어서 화보집을 사려했으나 이미 매진돼 친구 3명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며 『이곳에 오지않은 친구들 7명 것도 우리가 찍어다 주기로 했다』고 말했 다.
학부모 趙모(34.주부.서울강남구일원동)씨는 『유물에 대해 적어오라는 숙제를 받은 아들이 설명내용이 어렵다고 해 대신 적어주고 있다』며 『박물관이 시장바닥 같고 부모들이 숙제를 대신해주는데 무슨 교육이 될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
중앙박물관 경비원 김명회(金明會.53)씨는 『비교적 한가한 평일을 이용해 인솔교사가 학생들에게 유물에 대한 설명도 하고 견학방법도 가르친다면 도움이 될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사진 촬영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국립중앙박물관의 박영복(朴永福)미술부장은 『유리로 보호하고 있지만 카메라 플래시를 전시물을 향해 자주 터뜨릴 경우 회화류와 의류등은 색이 바래는등 훼손당한다』고 말했다.
교사.부모와 함께 오지 않은 아이들에게 설명해줄 전문가가 전혀 없다는 것도 문제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50명의 경비원이 있지만 단순히 통제만 할뿐 23개 전시실에는 전문설명요원이 단 한명도 배치돼 있지않다. 서울대학교 박물관장 안휘준(安輝濬.고고미술사)교수는 『박물관 견학은 어린이들에게 조상의 유물과 문화재를 사랑하는 마음을키워주자는 것인데 단순한 사진찍기에 그치거나 부모들이 대신 숙제를 해주는 방식이라면 오히려 역효과가 우려된다』 고 말했다.
〈郭輔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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