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엑스포 유치 주역 두 기업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한국의 밤’행사에서 세계박람회기구(BIE) 대표들을 맞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김재철 회장(左)과 정몽구 회장.

"한국인은 바다를 개척해야 번영합니다. 여수 세계박람회는 우리가 한 단계 더 뛰어오를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여수 세계엑스포 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전 세계를 상대로 동분서주했던 김재철(72) 동원그룹 회장은 27일 이같이 기쁨을 전했다. 세계박람회를 유치하기까지 재계 인사들도 활발하게 움직였다. 특히 명예유치위원장인 정몽구(69)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지난 6개월간 지구 세 바퀴를 돌며 남다른 노력을 쏟았다.

◆국가 이미지 향상, 수출 늘어난다=정몽구 회장은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마침내 웃었다. 5년 전 2010년 세계박람회 유치위원장을 맡아 동분서주했던 그는 막판에 중국 상하이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이번은 그의 리턴매치였다. 명예위원장이었던 그는 지난번 유치위원장 때보다 더 열정적으로 뛰었다. 40여 개국의 대사급과 장.차관급 인사를 만났다. 그는 기업 활동을 엑스포 유치활동에 접목했다. 유치전 막판에 경쟁 상대였던 모로코 국왕의 설득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거 세계박람회기구(BIE)에 새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이에 정 회장은 회사를 여수 엑스포 유치 비상 체제로 전환했다. 전 세계의 현대.기아차 현지 법인과 딜러들을 총동원해 홍보전을 폈다. 정 회장이 엑스포 유치에 '올인'했던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는 "국가 이미지가 강해져야 자동차를 더 많이 팔 수 있다"고 말한다. 글로벌 기업을 이끌면서 '나라의 힘이야말로 최상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점을 절감했다는 것이다. "여수 엑스포를 계기로 한국의 이미지가 좋아지면 그만큼 우리의 시장이 넓어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남다른 열정=김재철 회장은 지난해 5월 30일 여수 세계엑스포 유치위원회가 결성되면서부터 이 조직을 이끌었다. 그는 이름만 걸어둔 유치위원장이 아니었다. 서울 계동의 유치위원회 사무실에서 실무도 챙겼고 매달 한 번 이상 여수에 다녀왔다. 정부와 재계의 협조도 무난히 이끌어냈다. 또 기업인답게 낭비 없는 운영을 강조하며 물샐틈없이 조직을 운영했다. 이번 엑스포 유치에 보였던 그의 열정은 남달랐다.

그는 "여수 엑스포는 내 필생의 업인 '해양개척'의 의지를 국민에게 전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그는 바다를 개척해 대기업을 일군 사람이다. 전남 강진 바닷가 출신인 그는 20대 초반에 원양어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 금맥을 캤다. 그는 2000년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는 책을 냈다. "한국이 얼마나 큰 바다를 '앞마당'으로 두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는 게 출판 이유였다. '바다의 전도사'인 그에게 이번 엑스포 유치는 숙명과 같은 일이었다.

양선희.문병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