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食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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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춘추시대 정(鄭)나라에 송(宋)과 가(家)라는 사람이 있었다. 아침 일찍 영공(靈公)을 뵈러 가는데 갑자기 송의 집게손가락이 마구 떨리는 것이었다.이상하게 생각한 가가 묻자 말했다.
『간혹 가다가 그러지.그럴 때는 틀림없이 별미를 맛보게 된다네.지난번 진(晉)에 사신갔을 때는 굴탕을 먹었고 그 뒤 초(楚)나라에 갔을 때는 오리요리를 즐겼지 뭔가.아마 오늘도 진수성찬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걸세.』 두 사람이 막 궁문을 들어 서는데 마침 내시(內侍)가 주방장에게 특별요리를 주문하는 것을 들었다.거대한 자라를 삶아 탕을 만들라는 지시였다.
영공을 알현하면서 두 사람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영문을 듣고난 영공이 말했다.
『음,그랬었군.그러나 손가락이 과연 영험한지는 나한테 달려 있지.』 탕이 들어오자 관직 순서대로 한 그릇씩 돌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송까지 오자 동이 나고 마는 것이었다.
『이래도 너의 손가락이 영험하다는거냐?』 송은 아무 말도 않고 영공 앞으로 가더니 갑자기 집게(둘째)손가락으로 자라탕을 찍어 맛보면서 말했다.
『그럼요.정말 영험합니다.』 그길로 쏜살같이 도망치는 것이었다.집게손가락을 한자로는 식지(食指)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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