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외국인 새 감독 … 신 회장 부자가 직접 골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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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프로야구 롯데의 부활을 위해 오너 부자(父子)가 직접 뛰었다. 롯데그룹 2인자인 신동빈 부회장이 외국까지 가서 새 감독을 물색했고, 신격호 회장이 최종 면접을 했다.

전례 없는 신 회장의 직접 인터뷰를 위해 감독후보는 면접 하루 전 비공개로 한국에 입국했다. 26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 본사 회장실에서 열린 신격호 회장의 면접을 통과한 뒤 메이저리그 감독 출신의 제리 로이스터(55·사진)는 롯데 감독에 정식 선임됐다.

두 달여에 걸친 롯데 구단의 새 감독 선정 작업은 롯데 오너가(家)의 전폭적 관심과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다. 결과는 한국 프로야구 26년 사상 첫 외국인 감독이다. 놀라움과 기대감에 싸인 야구계와 롯데 팬들은 “선진 야구 기술을 배울 수 있고, 무엇보다 패배주의에 사로잡힌 팀 분위기를 확 바꿀 기회”라는 반응이다.

◆오너가 직접 팀 재건을 챙긴다=이번 인선 과정에 구단주가 직접 계약 내용까지 챙긴 사실이 확인돼 롯데 구단의 운영도 과거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롯데 구단에선 서너 명의 국내 인사를 새 감독후보로 올렸으나 오너 일가가 이를 전면 백지화했다고 한다. “야구단을 재건하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오너 일가의 뜻으로 전해졌다.

야구계에선 외국인 감독 영입이 깜짝쇼가 아니라 롯데의 일본 자매 구단인 지바 롯데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바 롯데는 일본 내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최고 열성팬이 있지만 1974년 일본시리즈 우승 뒤 하위권을 맴돌며 부진했다. 그러나 2003년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 감독 출신의 바비 밸런타인(57)을 감독에 임명하며 2005년 일본시리즈 우승과 흥행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롯데 신 부회장은 지바의 구단주 대행으로 이런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국내 프로팀의 고위 관계자는 “오너의 지지를 받은 외국인 감독이 지연·학연 등 연고에서 벗어나 대대적인 팀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밸런타인과 다저스 때부터 친구=지바의 밸런타인 감독이 로이스트를 추천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LA 다저스에서 토미 라소다의 감독 시절 한솥밥을 먹은 오랜 친구 사이다. 2002년 로이스터는 밀워키 브루어스 감독에서 해임된 뒤 마이너리그 감독을 하면서 일본에 진출한 밸런타인과 아시아 야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야수 출신인 로이스터는 현역 시절 수비나 번트, 진루타에 능했다고 한다. 당시 뉴욕 타임스는 “프로라면 누구나 해야 하지만, 못하는 기본기에 충실한 선수”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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