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첫 투표권 얻는 19세 62만 명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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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대통령 선거 역사상 처음으로 이번 대선부터 19세 유권자가 등장한다. 모두 61만9600여 명이다. 법 개정으로 선거연령이 20세에서 19세로 낮아진 것이다. 이들은 대개 대학 1년생 또는 재수생이거나 생활전선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병역이나 납세 등 의무 이행에 앞서 투표권이라는 정치참여의 권리를 행사하게 됐다.

이들은 1988~89년에 태어났다. 이 시기는 민주화와 88올림픽을 날개로 대한민국이 새롭게 비상(飛上)하는 때였다. 90년대 말 외환위기가 있었지만 이 세대는 자유민주주의와 정보기술(IT) 문명의 풍요와 개방성·투명성을 체득하며 성장했다. 이들은 학교에서 민주사회를 지탱하는 것은 질서 있는 경쟁과 흔들리지 않는 법치라고 배웠다. 이들은 세계 13위 경제대국인 조국이 그러리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눈앞에 펼쳐진 17대 대선은 그렇지 않다. 일자리·교육 공약보다 이들은 먼저 차떼기·위장취업·BBK나 가짜 선거인단·탈당·신당·이합집산 같은 단어를 들어야 했다. 총리·대법관·선관위원장·감사원장을 지낸 사람이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경선 불복자가 돼 세 번째 대선에 나오는 광경을 봐야 했다. “이게 무슨 민주주의냐”라며 깊은 실망을 느낄 19세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풍경은 값비싼 수업이 될 수도 있다. 바로 세상이 이렇기 때문에 국민의 한 표 한 표가 소중하고 위대한 것이다. 유권자는 비록 최선은 아니라도 차선을 골라 세상을 개선해야 한다. 한국 정치사에서 국민은 선거를 통해 역사를 바꿨다. 시간이 걸렸지만 군부정권도 끝냈고 여야 정권교체도 이뤘다. 노무현 정권에서 보듯 권력이 오만하면 선거로 철퇴를 가했다. 이제 그 자랑스러운 변화의 실험에 19세 62만 명이 동참하는 것이다. 19세는 유권자의 막내세대다. 그들은 아버지·어머니, 형·누나·오빠·언니보다 더 열정적이며 더 날카로운 사회의식으로 이번 선거에 생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그들은 전체의 1.6%지만 그들의 생동감은 이 수치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