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한국화 전공이 나의 힘…절제된 패션으로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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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화를 전공한 20대 청년이 국내 최대의 패션 펀드인 제3회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로 결정됐다. 벨기에의 패션도시 앤트워프에서 활약 중인 패션 디자이너 김건효(26·사진)씨다. SFDF는 이외에도 탤런트로 활동하다 현재 미국 뉴욕에서 가방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린 임상아와 지난해 수상자인 스티브 J & 요니 P도 수상자로 발표했다. 2005년 설립된 SFDF는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유망 한국인 디자이너 세 명을 뽑아 후원해 왔다. 1인당 한 해 10만 달러(약 1억원)씩 총 30만 달러를 준다.

 수상을 위해 서울에 온 김씨를 수송동 제일모직 본사에서 만났다. ‘벨기에 패션의 제왕’으로 불리는 드리스 반 노튼의 유일한 디자인 어시스턴트인 김씨는 “올해 초 졸업 작품 발표회에서 드리스의 눈에 띄어 8월부터 함께 일했다. 또 곧바로 이런 큰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서울예고에서 한국화를 공부한 뒤 벨기에의 앤트워프 왕립미술학교에서 패션을 공부했다. 드리스를 비롯해 앤 드뮐뮈스터·마틴 마르지엘라 등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를 배출한 이 학교에서 김씨는 유일한 한국인 졸업생이다.

 “표현 수단이 캔버스에서 사람 몸으로 바뀌었을 뿐 미술에서도 선과 면을 배우고 패션도 선과 면을 살린 입체라는 점에서 같습니다. 한국화를 배워선지 패션에서도 과장되지 않은 절제된 디자인을 선호하고 선의 아름다움을 중시합니다.”

 김씨는 “재수 끝에 벨기에 학교에 입학했다”며 “60~70명이 입학해 단 10여 명만 졸업시키는 혹독한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벨기에 역시 세계 패션에서 주류는 아니었습니다. 그 대안으로 패션 교육만큼은 프랑스·이탈리아와 다른 무엇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죠. 기존의 것을 해체하면서 현재의 명성을 얻게 됐습니다. 패션 시간에 철학까지 가르쳐요. 완벽하게 다른 이야기를 구성해 내야 승산이 있는 것이죠.”

그는 내년 3월 일본 도쿄 컬렉션에서 데뷔한다. “옷을 제작하는 것 말곤 패션쇼에 드는 비용 전액을 도쿄 컬렉션 측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도쿄를 택했습니다. 국내 디자이너들도 세계 무대를 더욱 활발하게 노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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