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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똑같은 사고 왜 반복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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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성수대교 붕괴사고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또 대형 참사(慘事)가 빚어졌다.이번엔 다리가 아니라 충주호 관광선의 사고다.앞으로 또 어떤 사고가 발생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는지 불안이가시지 않는 요즈음이다.새삼 우리 사회가 근본적 으로 병들어 있으며,사회 곳곳에 구조적 결함이 도사리고 있음을 절감한다.
충주호 관광선 화재사고는 꼭 서해페리호 침몰사고의 재판(再版)인 것 같다.사고원인이 다르고 인명피해규모는 작으나 드러난 문제점들은 고스란히 그대로다.
충주호의 정원(定員)은 1백27명이었으나 승선인원은 1백33명이었다.월요일이었으니까 정원초과가 이 정도였지,토요일이나 일요일이었더라면 초과인원은 훨씬 더 많았으리라 짐작된다.서해페리호 사고직후 그토록 정원초과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었고 당국도철저한 관리와 감독을 다짐했었으나 역시 말뿐이었음을 알 수 있다. 관광객을 한 명이라도 더 태울 요량이었던지 승무원들도 규정대로 승선하지 않았다.뿐만아니라 승객들에게 구명장비의 위치와 사용법을 미리 알려주는 기초적인 안전수칙(安全守則)도 지키지 않았다.이 또한 서해페리호 사고때와 꼭 마찬가지다.
구명동의(救命胴衣)를 착용하지 않고 물에 뛰어들었다가 숨진 사람이 적지 않음을 볼때 안전의식의 부족이 큰 사회적 문제임을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출발직후 엔진이 정지됐으나 세심한 조사나 주의없이 다시 출발해 끝내 화재를 일으킨 것도 안전에 대한 무감각을 드러내는 것이다.안전의식이 이 정도 수준이니 승무원들에 대한 평소 안전교육 수준도 짐작할만하다.파도도 없고 육지에서 얼마 떨어지지도 않은 호수위의 화재가 그토록 큰 인명피해를 가져온 것은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제대로 유도하고 대피하게 하지 못한데 그 큰 원인이 있다.
큰 사고때마다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그때마다 정부는 사고의 재발(再發)방지를 약속하지만 돌아서면 또다시 같은 잘못이 되풀이되는 것은 문제점을 시정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데도그 한가지 원인이 있다.「안전점검을 철저히 하라 」는 식의 지극히 당연한 지시만 거듭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왜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는가를 파악해 그를 시정할 수 있는 세부지침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자주 사고를 겪어도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사고는 되풀이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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