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서 확실히 지는 일곱가지 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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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BBK사건’의 대혼란 속에 대선 주자들이 25∼26일 후보 등록과 함께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청와대의 새 주인을 가를 본선 레이스의 시작이다. 1992년부터 2004년의 미국 대선을 취재했던 워싱턴 포스트의 정치 에디터 존 해리스와 ABC 방송의 정치담당 국장 마크 핼퍼린의 공저 『승리의 길(The Way To Win)』은 아버지 부시, 돌, 고어, 케리 등 패배한 후보들의 공통적 스타일을 추출해 눈길을 끈다. 우리의 대선 국면에도 적용해볼 만한 후보들의 ‘망하는 비결(?)’ 일곱 가지를 간추려본다.

①우선 논쟁이 일고 있는 과거의 말과 행위에 대해 ‘애매모호한(foggy)’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지도자의 신뢰, 일관성에 대한 문제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BBK사건이야 그렇다 치고 요즘 제기되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위장 취업’ 같은 사건이나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납득 못할 출마, 현 정부의 실정(失政) 부분에 대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책임론 같은 것들이 이 경우에 속하겠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은 명백한 인정과 사과, 단호한 다짐이다.

②좀 더 확실한 패배의 길은 이런 과거의 잘못을 아예 감추고, 심지어 자신의 참모들에게조차 역정을 내며 ‘사실’을 일러주지 않는 것이다. 후보에 대한 참모들의 존경과 보호하고 싶은 의지를 무력화하는 수순이다. 후보만 믿고 돌진했던 참모들의 누설, 배신, 태만 등으로 참화를 부를 수 있다.

③듣기에 달콤한 말만 하는 ‘예스맨’들로 후보의 주변을 채우는 것이다. 이런 참모들은 집권 이후 쏟아질 감투를 생각하며 후보에게 최악의 선택을 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④마치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권위주의적이거나 고압적인 후보의 태도 역시 추락의 수순이다. 2002년 대선 직전 집권을 확신한 한나라당 측이 야당의 ‘예산 삭감’ 의무를 잊고 다음해 국정홍보 예산을 슬쩍 늘려놓아 질타 받은 경우다.

⑤정책 공약을 바꿀 때나, 재원 확보 등의 모순이 발견된 데 대해 아무런 설명을 않고 넘어가는 것도 패배의 지름길이다. ⑥“선거에선 더 똑똑한 사람이 승리한다”는 고정관념은 필패의 요인이다. TV토론에서 자신이 얼마나 우월하고 똑똑한 사람인지를 과시하기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진솔한 면모를 보이라는 얘기다. 최고의 엘리트 앨 고어가 인간미를 풍긴 부시에게 진 이유다. ⑦후보의 부인 등 가족이 캠프 참모들에게 사사건건 지시·참견하는 것도 금기 대상으로 손꼽혔다.
이 일곱 가지 길을 거꾸로 가면 승리의 길이 된다. 이런 잣대로 22일간의 본선 레이스를 감상해보자.

▶지난 주

19일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 합당ㆍ후보 단일화 협상 결렬
20일 (현지시간) BBK 핵심인물 김경준씨 부인 이보라씨 미국 LA 기자회견=“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서명 등이 담긴 한국어 1종, 영문 3종의 계약서 있다” 주장. 이 후보 측은 “서류 위조”반박
23일 삼성 특검법 국회 본회의 통과=찬성 155명, 반대 17명
 
▶이번 주

25∼26일 대선 후보자 중앙선관위 등록
27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구체적 후보 유세 일정은 미확정)

최훈 cho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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