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까지 지루한 조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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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 23면

증시의 앞길이 오리무중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대한 낙관과 비관이 강하게 교차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헷갈리기만 한다. 이럴 때는 아예 펀더멘털을 접어두고 시장의 에너지와 투자자 심리만으로 주가 흐름을 예측하는 ‘기술적 분석’도 유용할 수 있다. 기술적 분석가들의 관점을 종합하면 ‘현 증시는 그동안 과도하게 질주한 피로감 때문에 쉴 때가 되어 쉬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얼마 동안 얼마나 깊은 잠에 빠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표적인 분석 툴인 엘리엇 파동 이론에 따르면 현 증시는 2003년부터 이어온 대세상승 1파를 마무리하고, 이제 상승 2파를 준비하는 ‘강력한 조정’에 접어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긴 장정의 또 다른 대세 상승 국면을 준비해야 하는 만큼 휴식도 화끈하게 취해둬야 한다는 진단인 셈이다.
 
얼마나 떨어질까

기술적 분석가들이 본 연말과 내년 증시

기술적 분석가들은 최근 짧은 시간에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진 만큼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주가가 다시 상승 흐름으로 복귀하기는 역부족이며 조정의 터널에 계속 갇혀 있는 처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증권 유승민 분석가는 “곧 단기 반등이 있겠지만 반등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주가가 바닥을 찍고 돌아설 여건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 분석가는 내년 1분기 주가 저점을 1600선으로 제시했다. 미국 S&P500지수의 대세 상승기(1983~2000년)와 일본의 장기 상승 국면(1965~90년)에서 주가가 조정받을 때 대체로 고점에서 최대 30%가량 떨어졌던 패턴을 한국 증시에 대비해 내놓은 수치다. 그는 “이번 상승의 장중 고점인 2085포인트에서 30%를 낮추면 1460포인트로 나오지만, 한국 증시의 프리미엄을 감안해 1600선으로 산출했다”며 “과거 미·일의 장기 상승 국면보다 현재 한국 증시의 주변 여건이 더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부증권 지기호 투자전략팀장은 주가수익비율(PER) 추세로 분석할 때 코스피지수가 1650까지 떨어진 뒤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국 증시가 장기 상승 국면에 놓여 있을 때 거래소 시장 평균 PER이 12배에 접근하면 의미있는 반등을 보였다”며 “코스피지수가 1650까지 떨어지면 평균 PER이 12배로 낮아진다”고 말했다. 주가지수가 1772를 기록한 23일 현재 PER은 13.79배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이 주가지수 1600~1650을 바닥으로 보는 것은 지난 8월 중순 주가 저점을 감안한 것이기도 하다. 지 팀장은 “8월에도 주가지수가 1630포인트에 접근하자 상승세로 돌아섰다”며 “이번에도 지수가 1650선에 닿으면 같은 양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20일 이동평균 등락률(ADR) 지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대우증권 김정훈 분석가는 “지금이 거의 바닥권이며 머지않아 의미있는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일간 평균 상승 종목 수를 하락 종목 수로 나눠 ADR을 구하고 있다. 김 분석가는 “ADR 지표는 투자자가 공포에 휩싸여 과도하게 주식을 파는 상황을 포착하는 데 유용하다”며 “현재 ADR 지수는 80선을 밑돌면서 2003년과 2006년 저점을 빼면 가장 낮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과거에도 ADR 지수가 80선을 밑돈 이후 주가는 상승 반전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래프 참조>
 
조정 마감 시점은 언제

올해 안에 조정을 마치긴 힘들 것이란 데 별다른 이견은 없다. 관심은 내년으로 넘어가 있다. 기술적 분석가들 사이에 내년 중 증시가 언제 상승 흐름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내년 전체를 조정시기로 보는 시각과 상반기, 1분기로 조정시기를 국한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삼성증권 유 분석가는 “각종 기술적 지표와 향후 주요 변수 등을 고려해도 내년 주가 최고점은 2100선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008년 내내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이는 2009년 이후 다가올 더 큰 상승을 위한 성장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2003년 이후 5년간 주가가 장기 상승하면서 쌓인 피로를 단 몇 개월 휴식으론 풀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은 내년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좋아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는 내년도 예상 코스피지수를 1800~2300으로 제시했다. 그는 “여러 지표들로 봤을 때 내년 상반기까지 쉬면 거의 1년의 휴식을 취하는 셈”이라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후폭풍도 가라앉아 투자 여건이 한결 호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기간을 가장 짧게 보고 있는 인물은 동부증권의 지 팀장. 그는 “내년 1분기에 엘리엇 파동 이론에 나오는 마지막 조정을 마치고 2009년까지 새로운 상승 파동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지 팀장은 내년도 코스피지수 상승 목표치를 2246~2400포인트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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