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권리 무시" 'MBC 100분 토론' 항의 폭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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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밤 BBK 관련 공방을 주제로 생방송될 예정이었던 MBC ‘100분 토론’이 한나라당 측의 갑작스런 불참 통보로 취소되면서 밤 사이 시청자 항의가 잇따랐다.

한나라당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씨를 인터뷰한 것에 대해 “범죄 피의자를 직접 출연시켜 허위사실을 여과 없이 유포하게 했다”며 항의 뜻으로 ‘100분 토론’ 방송 5시간여 전 불참을 통보했다. 이날 방송에는 대통합민주신당 최재천 대변인과 박영선 의원,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과 이명박 후보 측 고승덕 변호사가 패널로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 같은 결정에 MBC는 결국 "정상적인 토론 진행에 차질을 빚는다고 판단, 방송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요즘 최고의 핫이슈로 떠오른 BBK의 진실 공방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갑작스런 방송 취소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500여건의 의견이 올라와 시청자들끼리 밤새 장외토론을 벌였다.

시청자 민성철(ID SURE)씨는 “한나라당이 정말 BBK에 대해 진실하고 떳떳하다면 오히려 이런 부분에 대해 더 당당하게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장군(ID OKJK74)씨는 “이명박 후보는 스스로 ‘자신 있다’고 했으면서 이같이 대응을 피해서야 국민들의 신뢰가 유지될 것 같은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방송을 취소한 MBC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고석원(ID BMW4110)씨는 “BBK 진실 공방을 기다리는 시청자가 얼마나 많은 지 아는가”라며 “이렇게 흔들리면 국민들은 누구를 믿고 진실을 추구하느냐”고 말했다. 조승제(ID NARIMI1004)씨는 “한나라당이 우려 했던 일을 MBC가 손수 나서서 했다”며 “결방 원인은 MBC 탓”이라고 주장했다.

MBC는 이날 밤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한나라당 측의 갑작스런 불참 통보로 방송해드리지 못하게 됐다”는 짤막한 공지 글만을 남겼다. 이에 대해 “나머지 패널들로 진행할 수도 있었는데 결국 취소한 이유를 상세히 밝혀 달라”는 의견이 잇따랐다. 정익재(ID TRUE7IK)씨는 “시청자 게시판에 항의가 잇따르는데 정확한 취소 사유 글을 남겨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밖에 “추후 별도의 시간을 내서 방송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올라오고 있다. 임석(ID ASURA1945)씨는 “나머지 패널들 만으로도 토론이 충분히 가능하다. 토론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결방이 옳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병훈(ID EUGENEHYOLEE)씨는 “MBC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결방 결정에 찬성”이라며 “반쪽 토론해서 뭐 하나. 이미 검찰 수사 중이니 차라리 정책 검증 토론이나 하자”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23일 논평을 통해 “이명박 후보의 BBK 연루 의혹을 주제로 한 TV토론에 일절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BBK와 관련해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이고 곧 그 실체가 밝혀지겠지만 이를 정치권이 정략적으로 대선에 이용해 무차별로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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