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칼럼] 음식쓰레기 사료로 부적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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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아시아 전역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이 인체에 감염되는 사례가 속속 발표돼 지구촌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가축 전염병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추측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아 국민은 먹거리 선택에 많은 불안감과 불편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2001년 영국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역학조사 결과 음식물 쓰레기의 사료화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음식물 쓰레기의 사료화를 법으로 완전 금지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사료를 반추동물에만 금지할 뿐 오리.돼지 등의 가축에는 허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 가축병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증거다.

당초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로 재활용하는 계획을 수립할 때는 높은 경제성을 기대했지만 품질 문제 때문에 무상으로 줘도 가축업자들이 거절하는 경우가 많아 이미 경제성이 없음이 확인됐다. 또 병원균 전염 등에 의한 국민건강 위협 문제가 제기되는 시점에서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의 약 30%인 3천6백t(하루 기준) 정도를 사료화하는 자원화 정책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일본에서 약 5%만을 사료화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해 볼 때 걱정스럽다.

가축 전염병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데 음식물 쓰레기가 아깝다는 경제논리 때문에 자원화 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부작용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부담만 더 늘릴 우려가 있다. 법률상으론 전염 병원균을 없애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화할 때 1백도에서 30분 이상 가열해 멸균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당국에서 이를 일일이 감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열악한 업계의 사정으로 볼 때 모든 업체가 높은 연료비를 부담하면서까지 규정을 지키는지도 의문이다.

이석준 농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