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결산 4.끝 중국독주와 일본추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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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아시안게임은 이제 중국의 싱거운 독주로 한국과 일본이 2위 다툼하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중국의 독주는 과연 꺾을 수 없는 것일까.
아니 이같은 질문에 앞서 갈수록 좁혀오는 일본의 추격은 자신있게 따돌릴 수 있는 것일까.
어느덧 한국은 두가지 숙제를 한꺼번에 풀어야하는 입장에 서게됐다. 지난74년 제7회 테헤란아시안게임에 첫 모습을 드러낸 중국은 82년의 제9회 뉴델리대회부터 독주를 시작,이번대회까지아시안게임 4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같은 4연패의 산술적인 의미보다 더 큰것은 脫아시아적 경기력으로「이젠 중국을 아시안게임에서 빼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여타국가들의 추격의지 자체에 아예 쐐기를 박아버렸다는 것이다. 38개의 금메달이 걸린 수영에서 약 74%에 달하는 28개,조정에서 12개중 11개의 금메달을 휩쓰는등 수상종목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지를 구축했다.
74년 테헤란대회와 78년의 방콕대회등 양대회가 일본 추격의시절이었다면 82년 뉴델리와 86년 서울아시안게임은 종합우승 차지에 열을 쏟았던 대회였다.
베이징(北京)에서 벌어진 90대회는 중국이 일천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레슬링.유도.복싱등 투기종목에서도 금메달을 따내 1백83개란 엄청난 금메달 숫자에서뿐아니라 전종목 균형발전을 확인한 대회였다.
중국은 바로 이같은 영양분을 밑거름으로 이번 대회를 경쟁장소가 아닌 아시아를 뛰어넘어 세계 정상으로 도약하는 시험무대로 삼아버린게 특징이다.
왕쥔샤(王軍霞)로 대표되는 馬家軍은 내년8월의 스웨덴세계육상선수권대회 준비를 위한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썼고 小金花로 불리는 올해17세인 뤼빈(呂彬)등 여자수영선수들은 한달전 참가했던 세계대회의 피로를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풀었다.
36개의 세계신을 토해낸 여자 역도 역시 연습무대는 마찬가지였다. 중국이 아시아의 3분의1이 넘는 풍부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국가의 정책적인 배려,과학적인 기술개발등 삼위일체 스포츠정책을 계속하는한 적어도 아시안게임에서 만큼은 중국의 등위는 따로 떼어놓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당초 개막 10일이면 한-일간의 메달레이스 경쟁이 끝나리라는체육회의 예상과는 달리 일본은 막판까지도 한국을 물고 늘어졌다. 폐막을 이틀 앞둔 14일의 유도에서 맞붙은 남녀 세체급 한-일 결승전에서 한국이 모두 승리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폐막일까지도 한국은 가슴졸여야 할 형편이었다.
당초 70여개 이상의 금메달 획득을 호언장담했던 일본은 수영과 믿었던 가라테.유도등에서 기대치에 못미치는 금메달로 한국 추월에 실패했다.
하지만 한국의 종합2위 고수 목표는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듯 불안하다.여기엔 일본의 양면협공이 작용한다.
첫째가 메달레이스이고 둘째는 메달경쟁 이상가는 열기를 뿜어내는 인기 구기스포츠에서의 도전이다.메달레이스에서 한국이 언제나불안한 것은 바로 육상.수영등 기초 종목에서 일본에 절대 열세이기 때문이다.
중국세가 이들 종목에서 세대교체에라도 실패해 잠시 머뭇거리기라도 한다면 한-일간의 메달레이스 경쟁은 70년대 중반이전처럼일본의 독주로 순식간에 반전될 것이 빤하다.
사실 중국은 이번 대회에 임해 육상.수영에서 남자 신인발굴에실패해 애를 먹었는데 이는 곧 일본팀의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본은 또한 메달순위와 관계없이 축구.야구.테니스등 세계적인 인기 프로 종목에서의 우위로 한국의 산술적인 메달경쟁을 뿌리치려하고 있다.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한 여자테니스는 가볍게 단체전을 제패한 것은 물론 개인단식에서도 일본선수끼리 우승을 다퉜다.
가장 공을 들였던 축구가 한국과의 정면대결에서 패했지만 야구에서의 승리로 자존심을 찾는등 인기 구기 스포츠에서의 맞승부가이젠 메달레이스 자체를 뛰어넘는 비중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한국은 기초종목의 시급한 육성과 구기스포츠에서의 부단한기술개발이 이뤄져야 일본의 추격권에서 완전히 벗어날수 있는 것이다. [히로시마=劉尙哲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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