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칼럼] 사립 박물관 함께 가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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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국내 사립 박물관은 2월 현재 1백81곳이고 국공립대 박물관을 모두 합해도 3백75곳에 불과하다. 일본의 박물관은 5천1백곳이 넘고, 매년 50여개가 새로 문을 연다고 한다. 비교가 안 되는 부끄러운 현실이다.

사립 박물관들은 개인적으로 평생 수집한 문화재나 예술품들을 모은 곳이다. 나름대로 특성과 개성을 내세워 다양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개인적 취미로 시작했더라도 본격적인 수집으로 일정한 규모를 갖춰 이웃이나 전문가들에게 보여주겠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고 대접받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런 열정에도 불구하고 국내 사립 박물관들은 시설이나 재정면에서 매우 열악하고 어려운 형편에 놓여 있다. 이런 실정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사립박물관회의 회장과 임원진, 문화관광부와 국회 문광위가 노력한 결과 30억원의 사립 미술관 지원금이 올해 예산으로 확보될 상황이었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의 헬기장 이전 등 갑작스러운 예산 변동으로 정부의 조그마한 애정마저 무산됐다.

오는 10월 서울에서 세계박물관대회가 열린다. 1946년 11월 설립돼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박물관협의회가 여는 대회다. 외국인 2천여명, 국내 인사 5백명 이상이 참가할 예정으로 세계 속에 대한민국을 심는 커다란 국제 행사다. 이 대회의 주제는 '박물관과 무형 문화유산'이다.

이 대회를 앞두고 동료 박물관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오늘날 국가 경제가 어렵지만, 그렇다고 문화 발전에 대한 계획이 없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자기들의 모습을 가꾸고 만들어온 사립 미술관을 깊은 애정과 관심으로 안아주는 행정이 아쉽다. 문화를 느끼고 사랑할 줄 아는 무게가 실린 정책이 펼쳐진다면 수많은 박물관이 곳곳에서 개관을 서두를 것이다.

우제길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