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경찰을 노리나] 미군보다 공격 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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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이 이라크에서 종전을 선언한 후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숨진 이라크 경찰의 수는 3백명을 넘어 미군의 2백49명보다 많다. 이처럼 이라크 경찰서가 자주 공격 목표가 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우선 치안불안을 조성하기 위한 저항세력의 의도다. 치안유지의 핵심인 경찰을 공격함으로써 연합군정의 전후통치가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현재 7만명이 이라크 주요도시에 배치돼 활동하고는 있지만 저항공격뿐 아니라 범죄도 줄지 않고 있다.

경찰서가 미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격하기 쉬운 타깃이라는 점도 있다. 미군에 대한 공격은 '보복조치'가 따른다. 대규모 보복조치도 없고 경계도 상대적으로 느슨한 경찰을 공격해 전후 치안부재를 부추기는 게 최근 저항세력의 전략이다.

일부 전문가는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경찰과 군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은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저항세력에 가담한 전직 군인과 경찰관들은 무기를 다룰 줄 알고 치안관련 정보에도 밝기 때문이다. 미 군정 당국이 경찰과 군대 등 치안유지 세력을 별다른 대책없이 무조건 해산시켰기 때문에 그들이 저항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직 이라크 경찰들은 잇따른 대규모 공격에도 불구하고 장비가 매우 부족하다고 불평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대부분의 미군 주력부대가 도시 외곽으로 철수하고 경찰이 치안을 주로 담당하고 있지만 방탄차량은커녕 헬멧이나 방탄조끼도 없다. 저항세력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긴급시 상호연락을 위한 무전기조차 지급되지 않은 상태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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