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남북경협-정부정책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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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북-미간 합의를 접하고 일반국민은 정부가 북한과의 경제협력을어떻게 끌고 갈 생각인지 관심이 대단하다.그러나 대북(對北)경협방안을 이미 마련해 놓은 정부는 이것을 발동시킬 날짜를 꼽고있는 단계다.
84년9월 북한에 쌀 등 수해복구물자를 전해 준 것으로 시작된 남북간의 경제교류만큼 우여곡절을 겪은 대외경제관계도 없었다.92년9월 「남북경제교류협력에 관한 부속합의서」를 끌어내는 등 한동안 열을 올리다 그 해 10월 「남조선노동 당」간첩사건으로 중단됐고 올해 7월말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정상회담으로 다시 소생하는 듯하다 김일성사망으로「없었던 일」이 돼 버렸다.
현재 남북경협을 책임지고 있는 것은 경제기획원차관이 위원장을맡고 있는 「남북경제협력조정위원회」.여기서는 상급위원회인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통일원장관의 승인이필요한 각종 협력사업중에서 물자교류.투자 등 경제협력 관련사항을 논의하거나「남북경제교류협력공동위」에 올릴 안건들을 처리한다. 북-미회담이 타결이 된 지금 정부의 대북경협정책은 ▲경제교류와 협력에 관해 이미 합의한 사항을 실시하자는 것과 ▲신경제5개년계획에 이미 제시돼 있는 3단계 경협추진계획대로 나아가자는 것,두 가지 방향에서 추진될 전망이다.
남북정부는 이미 물자교류를 「민족내부교류」로 간주해▲無관세로▲청산결제방식으로 하자고 합의했다.물건 사고 파는데 관세를 물리거나 돈을 바꾸거나 할 필요 없이 마치 한 나라 안에서 상거래하듯이 하자는 이야기다.또▲이중과세를 없애고▲투 자도 보장해주자고 합의했다.이러한 합의사항들이 시행될 경우 남북한 경제교류에서 적어도 제도적인 장애요인은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정부는 「전반적인 통일정책과 맞춰 질서 있게」단계적으로 경협을 넓혀 간다는 생각이다.그래서 ▲초기단계에서는 직교역.투자에관한 제도를 만들고 직항로를 개설하면서 소규모 시범사업을 펴 가고▲2단계에서 경제사무소를 설치하고 철도와 도 로를 연결하면서 합작투자규모를 넓혀 가며 ▲마지막단계에서 경제관련제도를 조화시키고 사회간접자본을 연계시켜 남북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탈바꿈시키는 준비를 하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이미 정부는 대북경협에 대해 의견조정에 들어갔다.여기에서 정부가 가진 고민은 두 가지.어제까지 『북핵문제 해결 없이는 경협도 없다』고 하다 갑자기 경협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설득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와 경협이 자칫 김정일 정권이 「크는」것을 도와 주는 격이 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북-미간 합의사항에 남북간 대화를 다시 한다는 항목이 포함돼있지만 국민들이 쉽게 대북경협이 필요하다고 생각할지 의문이다.
또 우리뿐만 아니라 선진국들과 경협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 김정일 정권이 대남(對南)관계에서 지금보다 거세질 것이라는의견이 있는가 하면,북한이 우리와 경협을 갖게 되면 북한의 경제가 「시장경제」로 바뀌는 날이 그만큼 빨라질 것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의견으로 나누어져 있다.
정부로서 해결해야 할 급선무는 두 가지다.한시 바삐 국민들에게 정치외교와 경제를 분리할 필요성를 설득하고 남북한간의 경제협력을 「경제논리」로 풀어 나가는 일과 서로간의 교류를 무관세인 「민족내부교류」로 한다는 점을 세계무역기구(W TO)회원국들에게 양해받는 일이다.
〈金廷洙 경제전문위원.經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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