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남북경협-바빠진 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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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대북(對北)경협을 추진하는 업계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북-미핵협상의 타결로 정부가 남북경제협력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재계는 특히 타이완(臺灣)등 경쟁국은 물론 미국.유럽.일본의대기업들이 최근 북한시장 선점경쟁에 나서 자칫 이들에 미래의 안방시장을 내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눈에 띄는 변화는 과거 물품 반출입이나 임가공.인프라개발등에머물렀던 대북진출방안이 전자.자동차.유화.정유등 중공업분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진출계획도 단기방안에 머무르지 않고 중장기 쪽으로 넓혀지고 있는 추세다.
미국.일본.중국등 제3국과 합작으로 북한의 인프라 개발에 참여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삼성그룹은 일단 대북 직접투자에는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중국 옌지(延吉)시와의 합작을 통해 우회투자한다는 전략이다.삼성은 지난 7월 사장단회의에서 대북전략을 구체적으로 수립키로 방침을 정하고 지난주 중국 옌지시에 삼성 물산.전자.
연구소 관계자 5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파견했다.삼성은 나진-선봉지역의 인프라개발.경공업분야에 대한 투자를 거쳐 중기적으로전자.기계.조선.통신등 분야로 투자범위를 확대할 계획.
현대그룹은 최근 종합상사.건설.금강개발 관계자를 베이징(北京)에 보내 북한창구의 고위관계자와 대북투자를 협의했다고 회사관계자가 전했다.
현대는 일단 원산항.금강산개발을 우선 추진하고 수리조선등 중화학분야투자를 중장기적으로 모색할 방침이다.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은 최근 한 모임에서 『북한 진출에는 자유경쟁원리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말해 대북진출에 여전히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럭키금성그룹은 사회간접자본사업.기초소비재.외화획득사업등 북한의 입맛에 맞는 사업분야를 우선 추진한뒤 전자분야를 추가시킬 계획이다.컬러TV의 대북 반출물량을 늘리기 위해 중국-북한접경지역의 중국거래업자와 접촉중이다.
대북 진출행보가 비교적 빨랐고 김일성(金日成)사망을 전후해 김우중(金宇中)회장이 평양에 머물렀다는 소문이 나돌았던 대우그룹은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우관계자는 『일단 92년 金회장이 합의한 남포공단개발과 자원개발이 추진된 후에 전자등 다른 분야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그룹의 경우 김승연(金昇淵)회장이 직접 뛰고 있다.金회장은 지난 6월 베이징(北京)에서 임태덕 북한대외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합작투자요청을 받아둔 상태.한화는 이에 따라 연산 1만t규모의 농업용 비닐이나 플라스틱파이프 가공 공장을 남포 또는 나진-선봉지역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박보희(朴普熙)前세계일보사장의 김일성(金日成)문상으로 강한 대북접촉선을 확보하게 된 통일그룹은 자동차부품.중장비부품.금강산개발.석재개발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趙鏞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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