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田회고 80년展 호암갤러리 22일부터 전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그림이 곧 그리는 사람의 인격고 동일시되는 전통문인화의 길을고집해온 월전 장우성(月田 張遇聖.82)화백의 대규모 회고전이열린다. 격조높은 선과묵의 셰게-월전 회고80년전 이란 이름으로 호암미술관이 초대 22일부터 11월 15일까지 호암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회고전에는 그가 미술의 길에 들어실력을 인정받던 무렵의 초기작품과 전성기 전통회화관의 변모를 겪으며 선보였던 실험적 색채를 띤 작업들 그리고 무르익은 인생의 무게를실어 삶을 관조하고 사회를 풍자한 만년작품에 이르기까지 50여년의 화업을 총결산하는 작품 70여점이 시대순으로 소개된다.
초기작품으로는 제20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첫번째 특선작이된『푸른 전복(戰服)』과 43년 최고상인 창덕궁상을 수상한『화실(畵室)』등 대표작이 포함되며 기독교의 성모자와 순교자를 처음 한국인의 모습으로 그렸던 실험적 경향의 작업 들이 소개될 예정이다.
최근 작품으로는 강자에 빌붙어 그 흉내나 내는 지조없는 지식인들을 침팬지의 모습으로 풍자한『곡예하는 침팬지』와 세상일에 얽매여 옴짝달싹 못하는 현대인을 연상시키는『낚시를 삼킨 고기』등이 선보인다.
월전의 그림은 꽃이 됐든 새가 됐든 대상을 간략하게 설정하고여백을 넓게 남겨 함축된 조형적 긴장감을 드러내는데 특징이 있다.특히『붓이 섰다』고 표현되는 전통동양화의 필력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현실적이면서도 풍자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어 보는 사람에게 전통화에서 느낄수 있는 깊은 맛과 현대적 감각을 함께 전해준다. 이러한 특징은 동양화.한국화로 이름마저 바뀌어온 동양회화의 변모과정을 몸소 체험하면서 얻은 전통화의 미래에 대한 모색의 결과다.
1912년 일한병합 직후 태어난 월전은 항일의병활동을 한 집안 분위기에 따라 신교육 대신 집안에서 한문교육을 받았으며 20세때는 서울로 올라와 당대 대학자인 위당 정인보(爲堂 鄭寅普)선생 문하에서 동양고전과 시등의 수업을 받았다.
그림과 글씨는 이보다 앞선 18세때부터 이당 김은호(以堂 金殷鎬)화백과 당시 명필로 꼽힌 성당 김돈희(惺堂 金敦熙)의 지도를 받았는데 제11,12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각각 그림.서예부분에 출품,입선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해방후에는 젊은 동양화가들과 함께 동양화 쇄신을 이념으로 단구(檀丘)미술원을 조직해 활동하기도 했으며 서울대 예술학부 신설이후엔 교수로 부임해 제자를 가르치면서 동양화의 현대화를 깊이 모색했다.
월전의 실험정신은 1961년 서울대교수를 사임하고 미국에 건너간데서 잘 나타나는데 미국에서는 자신의 조형적 사색뿐 아니라동양예술학원을 개설,미국인을 상대로 실기와 동양미술을 가르치기도 했다.
호암미술관은『어지럽기까지 한 현대미술의 다양한 주의.주장속에문인화의 맥을 고집하면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모색한 월전의 작업은 한국 동양화의 어제와 오늘을 살필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히고 있다.
〈尹哲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