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캘린더] 그림자극 "편견을 버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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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2백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중국의 '그림자극'이 처음으로 국내 무대에 오른다. 13~29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서유기-손오공과 백골마녀편'은 흑백의 단조로운 그림자극이 아니다. 화려한 컬러의 그림자가 놀라우리만치 정교하게 움직인다.

중국과 일본이 합작한 컬러 그림자극 '서유기'는 1988년 일본에서 초연됐다. 지금껏 1천9백 회 이상 공연되면서 2백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인 작품이다. 도쿄(東京) 아동연극제에서 우수상을 타는 등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그림자에 색깔을 넣는 비결이 흥미롭다. 먼저 동물의 가죽을 계속 문지른다. 가죽이 닳아 빛이 통과할 만큼 얇아지면 인형 모양으로 오린다. 그리고 위에다 색깔을 입힌다. 그러면 인형은 빛이 통과할 만큼 투명해지고 그림자는 컬러로 나온다.

기획사인 (주)한국와라우네코의 홍보담당 김정아씨는 "인형의 관절이 모두 따로 움직인다"며 "통째로 움직이는 단순한 그림자극과 비교하면 상상력의 범위가 다르다"고 설명한다. 특히 손오공과 백골마녀가 벌이는 마지막 결투 장면이 볼 만하다. 거듭되는 변신 장면은 호기심을 자아내고, 경극을 연상케 하는 빠른 템포의 음악은 객석의 눈길을 송두리째 앗아간다.

무대 앞에서 보면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인형을 움직여서 만든 그림자극이란 느낌이 별로 안 든다. 그러나 무대 뒤로 돌아가면 딴판이다. 중국과 일본에서 건너온 인형 조작자들이 굉장히 바쁘게 손을 움직인다. 손오공.저팔계.사오정 등 등장인물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귀에 익다. TV에서 인기를 끌었던 만화영화 '날아라 슈퍼보드'의 성우들을 그대로 캐스팅했기 때문이다. 평일 오후 3시, 토.일 오후 2시.4시, 월 쉼. 02-766-6684.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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