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231 - '반나절 생활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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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바야흐로 본격적인 속도경쟁의 시대에 접어든 듯합니다.

한국과 중국의 업종별 기술 발전 정도를 연(年) 단위로 환산했을 때 휴대전화의 경우 2년 정도면 중국이 우리를 앞설 것이라는 등의 얼마 전 보도 내용에 많은 사람이 경각심을 가졌을 텐데요.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도 오는 4월이면 고속철 시대가 열려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에 든다고 합니다.

흔히 '한나절'하면 하루 중 '해가 떠 있는 시간 대부분'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반나절'을 하루 낮의 반으로 생각하기도 하지요.

'나절'은 '즈음.무렵.녘' 등과 같이 시간을 나타내는 단어로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낮)를 둘로 나눈 반 혹은 그 어느 때'를 말합니다.

'날(日)을 갈랐다(切)'는 의미의 '날절'에서 'ㄹ'이 탈락해 '나절'이 됐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걷기 시작해 한나절 걸려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부터 고부까지는 걸어서 족히 한나절 거리다"등에서 보이는 '한나절'은 '나절'을 보다 구체적으로 수량화해 표현한 것입니다.

낮이 보통 8~10시간 지속된다고 가정할 때 그것의 2분의 1인 4~5시간이 '한나절'입니다. '한나절'과 같은 뜻의 다른 말로는 '반날.반오(半午).반일(半日)' 등이 있습니다.

'반나절'은 '하루 낮을 넷으로 나눈 한 부분', 즉 반일의 또 반을 말하며, 정감어린 순우리말로는 '한겻'이라고도 합니다.

김준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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