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초점>韓銀독립 양보없는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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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재윤(朴在潤)신임 재무장관은 화폐금융론을 전공한 교수(서울대)출신이다.그러나 그는 중앙은행독립의 반대론자다.통화신용정책은 다른 경제정책과 조화를 이뤄 가며 추진돼야 하며 중앙은행의독립 없이도 금융자율화는 가능하다는 게 그의 지 론이다 여소야대(與小野大)시절인 88년8월 野3당이 한국은행 독립을 강력히밀어붙일 때 그는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이었지만 한국은행의 독립에 반대했다.朴장관은 취임 기자회견에서도「소신」을 재확인했다.또 15일 재무위원들이 국정감사 첫 날 인 지난달 28일 당시 홍재형(洪在馨)장관을 상대로 했던질의에 답변을 대신하면서도같은 생각을 밝혔다.
국감 마지막날인 17일 사실상 국감을 처음 경험한(15일은 답변만 했음)朴장관은 한은 독립문제로 온종일 시달렸다.야당의원들은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퍼부어가며 朴장관을 몰아세웠고 일부 여당의원들도 가세했다.
민주당 박일(朴一.전국구)의원은『88년 한은 독립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 朴장관은 금통위위원으로서 반대입장을 표명해찬물을 끼얹었는데 금통위원 재직 3년 동안 재무부의 시녀역할만한 것 아닌가』라고 공격했다.박은태(朴恩台.민 주.전국구)의원은 『세계은행은 중앙은행의 독립성확보와 관련해 우리나라를 71개국중 네팔.케냐보다도 낮은 64위라고 지적했는데 학자출신 장관마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재무부 입장에 동조하기냐』고 따졌다. 이에 민자당의 김범명(金範明.논산).노승우(盧承禹.서울 동대문갑).박명환(朴明煥.서울 마포갑)의원 등 여당의원들도 『통화가치 안정과 신용질서 확보를 위한 중앙은행의 독립은 세계적 추세』라며 朴장관의 「전향(轉向)」을 촉구했다.
민주당의 이철(李哲.서울 성북갑).김원길(金元吉.서울 도봉을).박정훈(朴正勳.전국구)의원 등은 재무부가 한은 독립은 위헌(違憲)이라는 입장을 밝힌데 대해 나름의 근거(한은법이 정부조직법보다 신법이므로 우선한다는 등)를 제시하면서 공세를 취했다. 의원들은 한은 독립과 관련해 대체로 ▲금통위 의장은 한은총재가 맡고 ▲재무장관의 한은총재 임명제청권을 폐지하며 ▲한은에대한 재무부 감사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朴장관은 그러나 의원들의 파상공세에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그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긴밀히 협조하면서 통화신용정책을 중립.
자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금 시점에서 중앙은행 개편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버텼다 .
〈李相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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