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직 비리관행의 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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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천(仁川)북구청사건에 이은 슬롯머신업소의 뇌물상납사건을 보면서 정부가 다시한번 깨달아야 할 것은 공직비리(公職非理)가 결코 처벌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이다.인천에서 연이어 비리가 드러난 것일뿐 이는 광범위하고 뿌리깊은 비리관행(非理慣行)의 우연한 노출에 불과하다.
드러난 비리는 철저히 수사해 처벌할 수밖에는 없지만 정부가 더 중점을 두어야할 일은 왜 비리가 관행화되어 있으며,그 관행의 구조는 어떻게 되어있는가를 소상히 밝혀내어 근본적인 대책을세우는 일이다.그렇지 않고 처벌만 강화해서는 공 직사회는 또다시 복지부동(伏地不動)이 되거나 「재수없이 걸렸다」는 생각을 가질뿐 자세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크게 네가지다.첫째는 처우의개선,두번째는 행정의 투명성 강화,셋째는 규제의 과감한 완화,넷째는 감시체제의 합리화다.정부도 이 점을 알고는 있는 것 같다.그러나 아직 그 어느 한가지도 철저히 시행하 거나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다.처우개선과 행정의 투명성은 숙제로 남아있고,규제 완화 역시 일선으로 가면 갈수록 예전과 크게다를바 없다.감시체제도 정부자체의 감사가 고작이어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우선 이중 어느 한가지라도 철저히 시정할 것을 촉구한다.가령 감시체제만 하더라도 공식적인 감사와 감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비공식분야의 힘을 빌려야 한다.예를 들어 내부고발분위기를 조성하고 시민감시체제를 활용하는 식으로 말이다.그런데당국은 그렇게 하기는커녕 이번 슬롯머신사건 처리에서 보면 고발자도 구속해버렸다.이래서는 누가 고발할 것인가.
정부는 또 앞으로는 뇌물을 준 사람에 대해서도 같이 처벌한다는 방침을 세워야 한다.박봉(薄俸)의 공직자를 유혹해 큰 실리를 챙기려는 검은 속셈에 대해 처벌에 차별을 둘 이유가 없다.
비리의 구조를 철저히 캐면 이 점도 저절로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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