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낳은 정,기른 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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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세번째 임금이었던 솔로몬왕은 샘솟듯하는지혜로 유명했다.
그가 남긴 일화(逸話)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이 친자식을 찾아준 재판이다.
한집에서 살고 있던 두 여인이 사흘 간격으로 각각 아들을 낳았는데 나중 낳은 여인이 실수로 아들을 죽이게 되자 먼저 낳은여인의 아들을 자기 아들이라고 우기는데서 사건이 시작된다.
결말이 나지 않자 두 여인은 솔로몬왕에게 찾아가 직소(直訴)한다.왕은 한동안 생각하다가 신하에게 칼을 가져오라고한 다 음아이를 베어 각기 한조각씩 나누어 주라고 명령한다.
가짜 어머니는 받아들일 태세였지만 진짜 어머니는 베지말고 가짜 어머니에게 돌려주라고 간청한다.
그러자 왕은 아이를 진짜 어머니에게 돌려주고 가짜 어머니를 처벌한다는 이야기다.
낳은 정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귀한 것인가를 일깨우는 고사(故事)다. 하지만 부모의 자식에 대한 애정은 낳았다는 데만 있는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르는 과정에서 더욱 돈독한 애정이 쌓인다고 볼수도 있다. 자식을 갖지 못한 부부가 갓 난아기를 양자(養子)로 들이는 경우 그 자식에게 친자식 못지않은 애정을 기울인다는 점으로도 입증된다.
문제는 낳기만 하고 기르지는 않았을 때와 낳지는 않고 기르기만 했을 때,낳은 정과 기른 정중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둬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고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참으로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기르는 과정에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자신이 낳은 자식이 아님이 밝혀졌을 때 낳은 정을 취해야 하느냐,기른정을 취해야 하느냐는 문제는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그 곤혹스러움이 짐작될 정도다.
최근 낳은지 17년만에 아들이 서로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부부 두 쌍의 경우는 당사자들의 잘못은 전혀 없이 오직 병원측의 실수로 빚어졌다는데서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절감하게 된다.해결방법에 대한 견해도 제각각이다.핏줄 을 따라야 한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기른 정을 따라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두 아들로 하여금 각각 두 쌍의 부모를 모시게 해야 한다는 제법 그럴듯한 의견을 내놓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으로도 보상될 수 없는 문제지만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병원측에 호된 책임을 물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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