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乾卦-주역의 시작 하늘의 性徵을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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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만물이 나올때 하늘이 먼저 열렸으므로 주역은 건괘로부터 시작한다.「중천」이란 하늘괘()와 하늘괘가 거듭했다는 형상을 표현한 것이고,「건(乾)」은 괘의 이름이자 강건하게 움직이는 하늘의 성징을 나타낸다.「乾」자를 파자하면 왼쪽의「」 은 甲을 중심으로 열개의 천간(天干)이 끊임없이 운행하는 천도(天道)를 나타내고,오른쪽의「乞」은 땅에서 촉이 트는 地道(乙)와 만물이태어나 활동하는 人道(人:丙)를 상징한다.즉 하늘이 천지인 삼재를 다스리는 주체가 됨을 뜻한다.
하늘은 원형이정(元亨利貞)의 순서로 움직이는데 이를 하늘의 네 덕(四德)이라 한다.「元」은 하늘(一)과 땅(一)아래에서 하늘의 기운을 받은 종자()가 막 움트려는 상이므로 봄의 덕을뜻한다.「亨」은 모든 것을 흡수하고 배설하는 입 (口)을 중심으로 위로는 초목이 땅위로 줄기를 뻗으며(),아래로는 뿌리가 굳게 얽혔으니(了)여름의 덕을 뜻한다.「利」는 익은 벼(禾)를낫을 세워 벤다()는 뜻이니 결실의 계절인 가을 덕을 의미한다.「貞」은 음의 기운()은 극성하고 양의 기운(-)은 미미한 때를 맞아 아래에 있는 음양의 씨앗(八)에서 눈(目)이 움트지않도록 굳게 갈무리하는 겨울덕을 뜻한다.
대자연의 법칙중 가장 으뜸되는 것이 사계절의 운행인데 봄의 덕인 「원」에 의해 만물이 생기고,여름 덕인「형」에 의해 무성하게 자라며,가을 덕인「이」에 의해 열매를 맺어 겨울 덕인「정」에 의해 잘 갈무리되어 다시 봄을 기다리는 것이 니,삼라만상이 이 생장수장의 법칙에서 벗어남이 없는 것이며,사람도 인예의지(仁禮義智)의 사단으로 체득해 그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공자께서도 『사람도 저 하늘과 같이 스스로 굳세게 노력하며 쉬지 않아야 한다』고 하셨다.원형이정을 사람의 일로 풀이할 때는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하는 것이 이롭다」라고 하는데,이는점을 쳐서 하늘괘가 나왔으니 크게 형통할 것은 당연하지만 이렇게 형통하려면 하늘처럼 바르게 행해야 이롭다는 뜻이다.
건괘는 여섯효가 모두 밝고 가벼운 양(-)으로만 되어 있어 음양의 조화가 없는 것 같지만 각기 그 때에 따른 진퇴와 강약이 있다.주공(周公)은 건괘의 여섯효를 변화무쌍한 용(龍)에 비유해 효사를 썼다.이를 간단히 살피면『초효는 용이 못속에 잠긴 상이니 아직 쓰이지 못한다』라 하고…,『오효는 하늘에 날아오른 상이니 나를 도울수 있는 인재를 구하라』이고『상효는 용이너무 높아진 상이니 후회만 있다』고 했다.공자께서는 『이 여섯효의 용이 저마다 위치와 때가 다르니 어떠한 용의 때를 타느냐에 따라 처지가 바뀐다』고 하셨다.사람의 모든 행동이란 때와 위치에 따라 처신을 달리해야 하늘의 덕과 부합되어 그 복을 입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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