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대중문화 개방의 前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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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의 일본(日本) 대중문화 개방계획안이 야당의원에 의해 밝혀지면서 정부가 무슨 큰 일이라도 저지른듯 보이는 것은 잘못된일이다.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한다고 하면 당장 무슨 역적모의라도한듯 보는 시각은 분명 잘못되었다.
문화란 교류를 통해 이뤄진다.무턱대고 막는다 해서 좋은 문화가 보존되고, 나쁜 문화를 막을 수도 없다.교류를 통한 자연스런 선별(選別)과 수용(受容)이 문화의 흐름이고 갈 길이다.언젠가는 허용해야 할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위해 단 계적 준비를하고 전략을 세우는 일은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기본업무에 속한다고 본다.문제는 그 대책이 제대로 섰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일본 대중문화는 이미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에 개방된 상태다.패션에서 만화.위성방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도 폭넓게 우리생활속에 자리잡고 있다.이를 공식화하지 않아 더 음습하게,더 저질의 형태로 침투하기 때문에 이를 양성화해 선별적 으로,단계적으로 수용하는게 우리의 기본자세여야 한다.
그 다음 우리가 중시해야할 사항은 개방은 하되 어떤 대응력과경쟁력을 갖출 수 있느냐하는 점에 있다.감정의 문제가 아닌 문화산업간의 경쟁력 차원에서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일본 영화가 수입되었을 때 우리 영화와의 경쟁력은 어떠할 것 이고,어떤 피해를 줄 것인가를 냉정히 따져 대응책과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금년의 대일(對日)무역적자가 1백억달러를 넘어서는 판에 일본문화산업 개방으로 더 많은 무역적자를 올린다면 이는 올바른 개방정책(開放政策)으로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양국간 문화협력이 불균형으로 나타나지 않게 할 보완장치를 마련하는게 양국 정부가 추진해야할 기본장치라고 본다.문화교류가 역조(逆調)현상으로 나타나면 당장 반발과 거부가 뒤따르는 법이다. 또 한일 양국이 문화교류 차원에서 대중문화 개방을 논의하기 위해선 약탈문화재 반환에 대한 일본쪽의 성의있는 제안이 선행(先行)되는게 교류증진을 위한 신뢰확인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일본 쪽에서도 기억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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