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신세대>PC통신 소설가 방재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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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방재희(房哉希.25)씨의 직업을 뭐라 부르면 좋을까.우선 천리안측이 제공한 사용자 번호를 갖고 컴퓨터 문단「DEBUT」의고정연재란에 글을 쓰는 몇 안되는 작가 가운데 한 명이라는 점에서 방씨는 컴퓨터 통신 소설가다.
컴퓨터 통신 소설가를 굳이 새로운 범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면,방씨는 공상과학소설 『최후의 실험』이 92년 스포츠 서울신춘문예에 당선된 한국추리작가협회 최연소 회원이라고 명함을 내밀 수도 있다.최근 『구미호의 비밀』(가제)이라 는 컴퓨터게임시나리오를 만들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아들여 시나리오 작가로 변신중이다.
어드밴처 게임인 『구미호…』는 우리나라 최초로 비디오 카메라로 직접 촬영한 영상을 컴퓨터로 옮기는 동화상(Interactive Moving)시디 롬 게임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말 제 본업은 컴퓨터 관련 서적을 번역하는 일이에요.지금까지 8권 정도 출판했는데 그 덕에 해외첨단의 따끈따끈한 컴퓨터 지식도 맛보고 쓰고 싶은 글도 마음껏 쓸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얻었지요.』 홍익대 전산학과를 졸업한 방씨는 처음에는 학과교수의 권유대로 교내 전산연구소에 남을 계획이었다고 한다. 아직까지 여자가 임시직 아닌 정식직원으로 발령 받은 적이 없다는 난관에 부닥쳐 발길을 돌린 것이 컴퓨터전문 출판사였다.8개월쯤 직장생활을 해본 결과 정시 출.퇴근 리듬에 적격이아니라고 판단,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번역일만 하 기로 했다. 방씨가 컴퓨터 통신과 인연을 맺은 것은 이보다 훨씬 이른대학 2학년 때.90년 한햇동안 케텔(KETEL) 백일장에 주인공인 여자 스파이의 활약상을 담은 『국제도시』를 올려 인기상을 받은 것이 컴퓨터 문단 첫 데뷔인 셈이다.
『컴퓨터와 글쓰기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는 게 제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중학교 2학년 때 저금통장을 털어 8비트 애플 컴퓨터 본체를 구입한 것이 컴퓨터와의 첫 인연이다.그 나이 또래라면 경험했을,따로 모니터 없이 텔레비전.녹음기와 연결해 사용하다 모니터.디스크 드라이브를 하나씩 구입하던 기쁨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국민학교 6학년 때 동화풍의 이야기를 처음 써 본 이래 글쓰기는 꾸준히 생활의 한부분이 돼왔다.손을 먹어버리겠다는 악마의위협에도 불구,사랑을 위해 마지막으로 한 번 소매치기를 저지르는 단편『제32호 악마』처럼 상상과 현실을 자유 로이 오가는 내용이 방씨 작품의 특징이다.
『내년 봄이면 「아내」라는 일거리가 하나 더 생긴다』는 방씨는 『텔레비전 드라마든,영화 시나리오든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라면 무엇에든 달려들고 싶다』며 욕심을 감추지 않는다.
〈李后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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