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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cking on the Door … 인천 비엔날레는 지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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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인천 문화예술회관 대전시실에서 열리는 국제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본전시에서 관람객들이 여성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양영석 인턴기자]

 인천 중앙공원은 동서 방향의 기다란 띠 모양으로 조성된 시민 휴식공간이다. 울창한 숲과 함께 크고 작은 공연·전시장들이 모여 있어 사계절 내내 시민들이 즐겨 찾는다.

 늦가을을 넘어 겨울의 초입으로 들어가는 정취가 완연한 인천문화예술회관 전시관에는 요즘 미술의 향연이 넘쳐 난다.

 국내외 유명작가들의 미술작품들이 풍성하게 마련된 국제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애호가들과 인천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10일 개막된 이후 벌써 2000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문을 두드리다(Knocking on the Door)’를 주제로 외국 작가 59명을 포함한 450여 명의 작가들이 작품을 출품했다.

 전시회는 ^본전시 ^특별전 ^부부전 ^인천미술인전 ^한국여성작가전 등으로 나뉘어 인천문화예술회관·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혜원갤러리 세 곳에서 열리고 있다.

 권경애 국제인천여성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은 “항구 도시 인천에서 ‘여성성’을 주제로 한 미술작품들이 대중과 만나 교감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여성 작가의 작품에 매료된 인천=12월 10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 대전시실에서 열리는 본전시에는 세계 화단에서 주목받는 원로·중견 여성작가 30명의 작품 6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여류작가 천경자(83)씨는 ‘청춘의 문’ ‘무제’ 등 2점의 한국화를 출품했다. 인천 출신으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문학 최고훈장’을 받은 재불작가 이성자씨의 작품도 접할 수 있다. 이씨는 목판화 ‘꿀벌들의 집’과 ‘큰 곰 별자리에 있는 나의 쉼터’라는 유화작품을 보내 왔다.

 18일 자녀와 함께 비엔날레를 찾은 구본영(46·여·인천시 관교동)씨는 “평소 좋아했던 두 여류 대가들의 작품을 실제로 감상할 수 있어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 하면 ‘항구 도시’의 이미지가 강한데 이번 전시회로 문화의 도시로도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외국 여성 작가의 작품도 풍성하다.

 남성 지배구조의 사회적 편견에 저항해 거리 광고를 공공미술의 형태로 바꾸어 놓은 미국의 현대미술가 바버라 크루거의 작품도 인천 시민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전쟁을 종식하라’ 같은 작품으로 ‘미술사의 로자 룩셈부르크’로 평가받는 독일의 판화가 케테 콜비츠의 작품들도 전시돼 있다.

 또 구성사진 작가인 신디 셔먼, 새로운 미학의 발명자로 평가받는 마리 로랑생,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 등도 본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윤진섭(호남대 교수) 세계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은 “국내에서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귀중한 작품들이 많이 선보여 애호가나 미술학도는 물론이고 시민들도 즐길 수 있는 전시회”라고 평했다.

 ◆남녀 간의 갈등과 화해를 작품으로=인천문화예술회관 소전시실의 특별전에서는 25세 이상 40대 초반까지의 국내외 신세대 작가 50여 명이 ‘핑크빛’ ‘사이보그’ ‘불완전한 구조’를 주제로 한 실험적인 미술작품 80여 점을 선보였다. 여기에서는 ‘걸어다니는 팝 아티스트’로 불리는 낸시 랭(28)과 일본의 유스코 이바(40) 같은 작가들의 행위예술과 설치작품들을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다.

 부부전(11월 20일~12월 10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미추홀 전시실)에는 부부작가 19쌍이 작품을 출품했다.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중구 인현동)에서는 한국 여성작가 개인전이 12월 30일까지 계속된다. 7주 동안 매주 22명씩 모두 154명의 한국 여성작가들이 부스를 열어 개인전을 연다. 남구 주안동의 혜원갤러리에서는 19일까지 지역 미술계를 이끌어 온 유명 작가들의 ‘인천 미술인전’이 열린다. 국제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관계자는 “이번 주부터는 수능시험을 끝낸 고교생 관람객까지 가세해 관람 열기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국제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2004년 1월 인천 여성작가 100여 명이 참가해 연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가 시초다. 지난해 8월에는 범위를 확대해 400여 명의 국내 남녀작가들을 초청, Pre-국제비엔날레 성격으로 열었다. 올해는 외국의 유명 작가들까지 대거 유치, 국제 비엔날레로 격을 높였다. 작가의 성별에 관계없이 ‘여성성’이 표현된 작품들을 출품 대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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