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AN+3 정상회의 주목되는 한·일, 한·중 회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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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 10면

지리적으로 가깝고, 같은 한자문화권인 한국과 중국·일본의 정상들이 한곳에 모이기는 쉽지 않았다. 현대사가 남긴 팽팽한 긴장 때문이다. 3개국 정상이 처음 한자리에 모인 것은 1999년 11월 필리핀 마닐라. 동남아국가연합(ASEAN)이 3국을 초청해 만든 ASEAN +3(한·중·일) 정상회의가 계기였다. 첫 만남이니만큼 의전 가운데 가장 약식인 비공식 조찬 형식을 택했다. 오부치 게이조(2000년 4월 사망) 일본 총리가 발제, 김대중 대통령이 적극 후원하면서 주룽지 총리와 함께한 자리였다. 민감한 사안들은 이래저래 접어둔 상견례였다.

그렇게 시작된 ASEAN +3 정상회의에서의 3국 정상회담이 8회째를 맞는다. 3국 정상들은 양자 정상회담을 별도로 하면서 막힌 현안이 있으면 조율하고 돌파구도 열었다. 무산된 적도 있다. 2005년 12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신사 참배가 문제가 됐다.

20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는 어떤 모습일까. 우선 고이즈미-아베 강경라인을 뒤로하고 등장한 온건파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데뷔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3국 정상회의 외에, 별도 양자회담도 열린다.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의 기류가 상당히 다를 것 같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지난 4년간 역사·독도 문제 등을 둘러싸고 한·일 양 정부가 벌인 외교전의 내상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촉발한 쪽은 일본이지만 다뤄나가는 과정이 너무나 비외교적이었다. 노 대통령의 임기 말이란 점도 작용하겠지만 실무선의 논의도 전혀 되지 않는다고 한다.

2005년 중·일 관계도 최악이었다. 우이 부총리가 고이즈미와의 면담을 취소하고 귀국해버릴 정도였다. 하지만 중국은 양국 간 갈등이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에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올 4월 원자바오 총리는 베이징올림픽 티셔츠를 입고 도쿄에서 조깅하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최근 후쿠다 총리는 다음달 말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중국 측도 곧바로 환영을 표시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중·일 정상 간 핫라인(직통전화) 개설을 합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내년 1월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일본 방문도 예정돼 있다.

현재 한·일 양국 정상들이 해결해야 할 두드러진 의제는 없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불편한 현안이 있다. 북핵 해결 과정에서의 일본인 납치자 문제, 일본의 대북지원 분담 등이다. 노 대통령과 후쿠다 총리의 만남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한국은 늘 중국과 일본 사이의 촉매 역할을 강조해왔다. 자칫 외톨이가 될 수도 있겠다.

▶지난 주

13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 핵문제 논의 위해 이란 방문
14~16일 제1차 남북 총리 회담(서울)
16일 후쿠다 일 총리 부시 미 대통령 정상회담(워싱턴)
 
▶이번 주

21일 대만 야당지도자 마잉주 일본 방문
22일 아세안-유럽연합 정상회의 30주년 기념(싱가포르)
24일 호주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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