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해도 남는 게 없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교역조건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역지수가 1988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90 이하로 추락했다. 하반기에 원유.원자재 값이 워낙 많이 올라 수출 채산성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평균 89.5로 전년의 연간 평균 95보다 5.8 내렸다. 지난해 12월엔 국제 유가.원자재 값이 더 뛰었기 때문에 연간지수는 더 떨어졌을 공산이 큰 것으로 한은은 추정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란 수출단가를 수입단가로 나눈 것이다. 이 지수가 1백을 밑돌면 물건 한개를 수출해 번 돈으로 물건 한개를 사지 못한다는 뜻이다. 요즘 수출이 우리나라 경기를 외로이 지탱해 준다지만 사정이 이렇다면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얘기다.

이 지수는 1990년대 전반만 해도 1백30대였으나 90년대 후반 들어 떨어지기 시작해 2001년을 분기점으로 1백을 밑돌았다.

한은은 지난해 교역조건이 급격히 악화된 데 대해 "기계류.정밀기기.정보통신기기 등을 중심으로 수출단가가 약간 오르긴 했지만 원유와 원자재값이 크게 올라 수입단가가 워낙 뛰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승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