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서양철학사 핵심고전 첫 완역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대표작이자, 형이상학이라는 서양철학 분과의 원류에 해당하는 책이다. 서양 철학사에서 끊임없이 인용되어온 핵심 고전이 한국어로 처음 완역됐다.

흔히 쓰는 ‘형이상학’이란 말이 이 책에서 유래한다. 물론 제목을 아리스토텔레스가 직접 달진 않았다. 기원전 1세기 후반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을 편집한 안드로니코스가 붙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많은 저술 가운데, 자연철학 관련 저작들 뒤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렇게 명명했다고 한다. 위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내용도 물리적 자연 질서의 원리를 파헤친다.

‘있음’ 혹은 존재란 무엇인가. 플라톤의 이데아론에 이어 아리스토텔레스가 던진 질문이다. 이 같은 질문 자체가 동아시아 전통과 확연히 구별되는 서양 문명의 특징이다. 서양 주류 철학은, 눈에 보이는 현상 너머의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본질 혹은 실체라며 중시했다. 그들이 볼 때,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계를 가능하게 하는 비물질적 세계의 궁극은 신이었다. 신은 모든 존재와 변화의 끝에서, 자신은 움직이거나 변화하지 않으면서 다른 모든 것들을 움직이는 으뜸가는 것(부동의 원동자)으로 간주됐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같은 사유를 ‘으뜸 철학’ ‘제1 철학’으로 불렀다. 서양 중세 1000년 동안에도 유지됐던 ‘제1 철학’의 위상은, 관찰과 실증을 중시하는 근대 과학의 개시와 함께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이후 존재의 근원을 묻는 형이상학이 다시 새롭게 조명 받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그 동안 형상, 질료로 번역됐던 이 책의 주요 개념을 꼴, 밑감 등 새로운 용어로 풀어낸 점이 눈길을 끈다. 서울대 철학과 졸업 후 독일 함부르크 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김진성씨가 꼼꼼한 색인 작업과 함께 6년에 걸쳐 우리말로 옮겼다.

배영대 기자 balance@joongn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