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싸움의 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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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8강전 하이라이트>
○·한상훈 초단 ●·박영훈 9단

 박영훈 9단은 한국 랭킹 3위다. 1위 이세돌 9단과 2위 이창호 9단 바로 다음이다. 나이는 만 22세. 2004년과 2006년 후지쓰배 세계대회를 두 번이나 제패했고 그 공적을 인정받아 병역도 면제되었다. 이제는 치고 올라가는 일뿐인데 바로 위의 두 사람이 보통 인물이 아니다. 바둑사에 길이 남을 천재들이다. 박영훈은 최근 이세돌이 갖고 있는 GS칼텍스배에 도전했으나 현재 2대 0으로 밀리고 있다. 아직은 내공이 달리는 모습이지만 사태는 변할 수 있다. 박영훈의 청룡도가 과연 이세돌의 벽을 뚫을 수 있느냐. 여기에 그의 승부사로서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봐야 한다.

 장면도(52~61)=52, 55로 안정하자 박영훈 9단은 즉각 55로 막아간다. 흑▲때부터 노리던 곳. 여기에서 57을 하나 선수해 두고 59, 61로 백을 절단해 간 대목은 정교하면서도 힘찬 일류 싸움꾼의 기술을 압축해 보여준다.

 57 없이 ‘참고도1’처럼 두었다가는 백2의 축으로 망해 버린다. 57은 말하자면 축머리인 것이다. 하지만 굳이 축머리를 둘 필요가 있을까. ‘참고도2’처럼 흑3을 선수하면 되지 않을까. 그건 안 된다. 백4, 6으로 1선을 타고 넘어가면 흑은 소득도 없이 백의 엷은 곳만 보강시켜준 죄를 면할 길이 없다.

 61까지 작은 펀치가 오간 것 같지만 사실 여기까지는 준비 동작이다. 피 튀기는 대전투는 이제부터인데 한상훈 초단이 이 코스를 마다하지 않은 것을 보면 그 역시 한판 붙겠다는 각오가 굳건함을 알 수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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