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히로시마의 잇단 승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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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반전에 돌입한 히로시마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선수단의 잇따른승전보가 당초 종합 2위의 목표달성에 푸른 신호등을 켜주고 있다.개막초 2,3일간 금메달이 예상됐던 종목에서조차 극심한 부진을 보여 국민들을 안타깝게 했으나 닷새째인 6 일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경기에서 10체급중 8체급의 금메달을 획득하면서부터순조로운 항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투기종목인 레슬링이 한국팀 금메달 사냥에 하나의 기폭제 역할을 한데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힘과 기량의 조화를 생명으로 하는 레슬링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최선을 다한 분전,그리고 그에 따른 괄목할만한 성과는 다른 종목의 선 수들에게까지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담당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특별한 기대를 걸지 않았던 몇개 종목에서의 금메달 획득이 그것을입증한다.
스포츠선수들이 평소 닦은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설혹 실력으로 한발 앞서있다 하더라도 자신을 잃고 경기에 임하면 십중팔구 패배한다는 것이 이론적으로 입증된 적도 있다.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한국선수들이 게임마다 자신감 넘치는 경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도 우리선수들이 갖고 있는 자신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구기종목 특히 여자배구와 여자농구가 전통적으로 버거운 상대였던 일본과 중국을 꺾은 것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임하는 우리선수들의 정신자세를 한마디로 대변한다.물론 경기를 대비해 흘렸던 선수들의 무수한 땀방울들을 감안한다면 당연한 결과 라 할 수도있겠지만 「이길 수 없는 강한 팀」이라는 고정관념에만 얽매여 있었던들 좋은 결과를 얻어내기는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자배구에서 두세트를 내주고 내리 세세트를 따내 일본을 물리쳤을 때,그리고 여자농구에서 우리보다 인구가 무려 30배나 많은데다 90년 베이징대회이후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중국을 30점차로 눌렀을 때 우리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스포츠에서 「영원한 강자」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그렇다면 2위가 아니라 1위,더 나아가서는 세계1위인들 불가능할 까닭이 없을 것이다.그러기 위해선 취약종목을 집중 육성하고 국제 스포츠계에서의 발언권을 강화하는등 국가적 차원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그럼 점에서 이번 아시안게임의 수확이라면 예상을 웃도는경기성적도 성적이지만 우리 선수나 체육관계자,그리고 전체 국민들이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또하나의 계기가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갖은 텃세와 이 런저런 악조건을 딛고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우리 선수들의 스포츠맨십도 이번 대회의 슬로건인 「아시안 하모니」의 실천을 보여주는 귀감으로 삼을 만하다.
모쪼록 이번 대회가 스포츠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한국의 이미지와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는 터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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