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송팀, "언론에 김경준 노출 막자" 항공기 중복 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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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0시10분(현지시간)에 로스앤젤레스(LA) 공항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편의 항공기 기종이 보잉747에서 보잉777로 갑자기 변경됐다. 이에 현지에 파견된 국내 취재진 사이에 이 비행기에 김경준(41)씨가 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항공기 좌석이 당초 340석에서 260석으로 80석가량 줄어들어 취재진의 예약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현지 공항의 직원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기종이 바뀐 것은 김씨 일과는 무관한 내부 사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준씨가 16일 또는 17일(한국시간) 한국에 송환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LA 공항에서는 김씨 호송팀과 언론사 취재진 간의 '숨바꼭질'이 계속되고 있다.

호송팀원들은 여러 항공기에 중복 예약을 해 언론의 추적을 피하고 있다. 15일 새벽(현지 시간)에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에는 호송팀에 포함된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의 이름이 올랐다. 그러나 이들은 그 비행기에 타지 않았다.

14일엔 LA 영사관에 평소 공항 픽업용으로 쓰이는 시보레 대형 밴에서 영사관 직원이 아닌 사람이 내려 취재진 간에 "법무부 호송팀이 도착한 게 아니냐"는 소동이 일어났으나 확인 결과 영사관에 새로 입사한 직원으로 드러났다.

LA에는 호송팀이 기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인근 샌프란시스코나 라스베이거스에서 출발한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사에서는 라스베이거스 공항에도 취재진을 파견했다. 또 김씨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아니라 외국 항공기를 타고 귀국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다른 나라의 항공을 이용할 경우 국내 언론이 탑승객 명단을 확인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15일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혹시 생길지 모르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것이며, 통제가 가능한 국내에 들어오면 통상 절차에 따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공항과 서울지검에서 언론들이 포토라인에서 김씨를 촬영하는 것은 허용하되 인터뷰는 불허할 방침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 사건의 성격상 김씨의 일방적인 주장이 여과 없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로스앤젤레스=김승현, 신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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