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에 포문 연 이회창 "대운하는 구정물로 바꾸는 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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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무소속 대선 후보가 14일 부산시 반여동 영광재활원을 방문해 한 원생을 안고 있다. [부산=강정현 기자]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14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비판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그는 부산 아시아포럼 초청 강연에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높은 지지율이 모이고 겉보기엔 그대로 가면 정권 교체될 것 같이 보인다"면서도 이명박 후보의 리더십과 경제 이미지, 대북 정책,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 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이란 이름을 단 한 차례 거론했지만 표현은 매우 공격적이고 직설적이었다.

"(한반도 대운하는) 물을 구정물로 바꾸는 계획으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계획이다. 40조~5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들여 땅을 파 놓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국가의 고민 덩어리가 될 것이다."

"경제만 살리면 모든 것이 된다는 생각이 문제라고 본다. 국가 지도자의 정신과 철학이 그런 독식 경제식의 사고를 가지고 있다면 참으로 어렵다."

"(대북 정책 관련)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고 한다면, 필요에 따라 그전에 했던 말을 바꾸면 어떻게 안심할 수 있겠는가."

"상대방이 돈 잘 벌고 성공하고 재주 좋아서 꾀를 가졌다고 하여 그 사람을 신뢰하는가. 돈 버는 게, 성공하는 게 그것이 만능이라는 생각은 안 된다. 바로 천민자본주의다."

이회창 후보는 '안보형 보수'로서의 면모도 강조했다. 그가 "북한을 압박하고 한 푼도 안 주고 우리만 안전하게 살자는 게 아니다"고 말하면서다. 다음은 부산 강연 요지.

"남북 관계에서 대화와 포용으로 간다는 원칙은 분명하다. 다만 수령 독재식의 북한 체제가 개혁.개방돼야 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체제가 돼야 진정한 평화가 뭔지 말이 통한다. 지금까지 대북 정책은 체제 개방엔 관심을 안 뒀다. 말은 돈을 퍼부으면 바뀐다고 했지만 핵폭탄이 나왔다. 북한에 퍼붓는 것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 다만 (개혁.개방 없이) 무조건 퍼붓고 북한에 아첨하자는 건 한반도를 북핵 위기의 연장으로 몰고 갈 것이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이 후보는 부산 범어사를 방문해 불심(佛心) 잡기에 나섰다. 주지 대성 스님이 이 후보가 변호사 시절 범어사와 관련된 송사를 해결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후보는 "정치적으로도 좀 도와 달라"고 말했고, 대성 스님은 "이심전심 아니겠느냐"고 화답했다.

부산=정강현 기자 ,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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