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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in뉴스] 백두산·개성 관광사업권 놓고 관광업계, 현대아산에 발끈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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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북한 백두산과 개성 관광사업권을 놓고 관광업계와 현대아산의 한바탕 줄다리기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신중목 한국관광협회중앙회장은 13일 서울 청계천 중앙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아산의 백두산·개성 관광사업 독점을 반대한다”고 발표했어요. 민족 공동사업인 남북한 교류에 관광업계가 함께 참여해야지 특정업체 혼자서 하면 안 된다는 거지요. 그는 “백두산과 개성 관광에는 여행 업계가 골고루 참여해야 한다”며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통일부와 현대아산을 상대로 소송을 내겠다”고 했습니다.

현대아산 측은 “어이없다”는 반응입니다. 이 사업은 2000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서 독점권을 받았다는 겁니다. 이를 포함해 7대 사업의 독점적 지위를 인정받는 대가로 4억5000만 달러를 치렀다는 거지요. 회사 관계자는 “1조5000억원을 투자해 금강산 관광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놨는데 북한 관광사업을 같이 하자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합니다.

관광협회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현대아산이 금강산을 관광지로 개발한 것은 인정하지만 백두산과 개성까지 독점권을 인정하면 업계 피해가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신 회장은 “중국을 통해 백두산에 가는 남한 관광객이 10만 명이 넘는다”며 “현대아산이 직항로로 백두산 관광 사업을 독식하면 수백 군데 중국 관련 여행사가 경영난에 직면한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 관광사업에 관광업계가 참여하고, 그 수익금 일부를 국내 관광 활성화에 써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현대아산은 지난달 현정은 회장이 방북해 독점권을 인정받았습니다. 이런 마당에 관광업계의 주장을 당장 받아들일 리가 없겠죠. 당분간 갈등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관광업계에서는 현대아산의 북한 관광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식의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관광업계 내부에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립니다. 업계 갈등이 어떤 식으로 비화될지 궁금합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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