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12일 서울 제기동 성당에서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 로비 의혹과 관련해 3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제단 대표 전종훈 신부가 뇌물을 받은 검사 3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뉴시스]
김용철 변호사가 이른바 '떡값 검사'로 전.현직 검찰 최고위 간부 세 명을 지목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의 주장엔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우선 그는 관련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들에게 삼성 측이 돈을 줬다는 것인지, 관리 대상으로만 삼았다는 것인지도 불분명하게 얘기했다.
김 변호사는 자신이 직접 주장을 펴는 대신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를 폭로했다. 사제단은 '김 변호사의 고백 내용'이라며 그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했다. 김 변호사가 왜 직접 나서지 않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사제단은 김 변호사의 주장을 전달하기에 앞서 세 사람을 '뇌물 수수자'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뇌물 전달 시기.방법.액수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나 자료는 없었다. 삼성에서 관리 대상으로 삼은 시점과 관리 담당자만 공개했다.
사제단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관리 대상에게는 원칙적으로 500만원이 제공되지만 고위간부가 특정 인물에 대해서는 1000만원이나 2000만원을 책정했다고 주장했다. 돈의 액수에 대한 이야기는 그게 전부였다. 임채진 검찰총장 후보자와 이종백 국가청렴위원장에 대해서는 돈 전달 역할을 맡았던 이른바 관리 담당자도 지목했다. 그러나 실제로 돈이 전달됐음을 입증하는 내용은 없었다.
김 변호사는 관리 대상 명단은 삼성 본관 27층의 비밀금고에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27층의 금고'는 새로 드러난 사실이 아니다. 2004년 대검 중수부의 대선자금 수사 때 이미 그곳에 현금 보관용 금고가 있다는 것이 언론에 공개됐었다. 김 변호사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뇌물공여죄로 처벌받는 것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는 자신이 특정인에게 돈을 건넸다는 내용은 없었다.
검찰 일각에서는 김 변호사가 이처럼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사자들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이들이 삼성의 관리 대상이었다고 했을 뿐이지, 돈을 받았다고 한 적은 없다"고 주장하기 위한 안전 장치라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2005년 안기부 도청 테이프를 근거로 전.현직 검찰 간부들을 '떡값 검사'로 지목했다가 김진환.안강민 전 서울지검장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 각각 3000만원과 2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상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