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교 무장탈영 왜일어났나-초급장교 포화된불만 표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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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A급으로 양성된 두명의 초급장교와 하사가 충격적인 방법으로 군에 불만을 표시했다.더러는 장교들의 몰지각함을 탓하려 하지만그들은 오직 군사회 전체에 만연돼 있는 초급 간부들의「포화된 불만」을 알리는 경보 역할을 맡았을 뿐이다.지금 의 군 수뇌는대통령에게「군은 그 어느 때보다도 사기가 충천합니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현상은 그렇지 않다.병사들 수준이 하사관과 학사장교보다 높아 병사들은 간부들을 존경하지 않는다.병사들로부터 구타당하고도 부끄러워 말못하는 간부들도 있다.
민주 군대로 거듭나기 위해 군은 따끔한 매를 필요로 했다.매에는 두가지가 있다.하나는 군의 발전을 유도하기 위해 청사진을가지고 때리는 논리의 매며,다른 하나는 감정의 매다.지금까지도군에는 청사진이 쥐어져 있지 않다.군은 감정의 매를 맞은 것이다.이로 인해 찢겨져서는 안될 군복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장교와 하사관이 농촌 총각처럼 장가가기 힘들어졌다.초급장교의 73%,하사관의 85%가 전역을 희망하고 있다.이는 지난해의 53%보다 훨신 높은 수치다.하사관들은 일자리 보장이 없어도 의무기간이 끝나기 무섭게 군을 박차고 나간다.졸 병으로부터 멸시당하는 것만은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전방에서는 소위가 모자라 소대장 직의 25%는 하사관으로 채워져 있다.소위의양도 문제지만 질도 문제다.
대대장은 장교의 꽃이다.누구나 대대장을 하고 싶어했다.그러나지금은 많은 장교들이 대대장 보직을 기피하고 있다.진급이 늦어도 좋다는 것이다.하루에 네시간 정도 밖에 자지 못할 만큼 임무는 막중한 반면,조그만 말썽이라도 발생하면 감 봉과 감등이라는 혹독한 처벌을 받는다.이로 인해 군에는 무사안일 주의가 팽배해있다.불미스런 사고가 나면 모두 숨기기에 바쁘다.사소한 잡음도 신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이러한 현상은 증폭될 것이다.
전쟁은 무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용병(用兵)능력에 의해 판가름난다.한국군이 아무리 많은 무기를 사재기해봐야 장교의 자질을 올리지 않는한 이는 부질없는 일이다.
더욱 큰 문제는 군이 이 엄청난 물결을 외면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이로 인해 군 수뇌부는 지금 전방 장교들로부터 큰 불신을 받고 있다.
지금은 군 내무반도 일반 가정처럼 모든 뉴스를 접하고 있다.
정부의 발표에 따라 이들은 북한이 곧 붕괴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그러다보니 통일만 되면 됐지 무엇 때문에 동포와 싸워야 하느냐고 생각하는 병사들도 있다.지금 왜 목숨을 바 쳐서까지 북한군과 싸워야 하는지 분명히 알지 못한다.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이러한 상태에서 전쟁이 나면 남한병사들의 전투 의지는 뻔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 정부는 젊은병사들로 하여금 이렇게 위험한 생각을 갖도록 충분한 혼돈과 혼란을 야기시켰다.
정부는 곧 통일될 것이기 때문에 차세대 전투기 사업비보다 더엄청난 돈을 들여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주겠다고 했다.재벌 회장들도 제각각 북한을 돕겠다고 나섰다.대통령은 통일 비용을 즉시마련하라고 명령했다.통일에 그만큼 자신있는데 그 힘든 진지 공사와 훈련은 무엇 때문에 하느냐고 생각한다.통일이 되면 핵도 우리 것이 되는데 왜 정부가 난리들이냐고도 생각한다.
북한이 적인지 동반자인지는 오직 휴전선만이 말해준다.휴전선에서 총부리를 마주하고 있으면 북한은 분명 우리의 적이다.북한을돕고 싶으면 휴전선의 총부리부터 먼저 정리해야 한다.그래야 북한은 비로소 우리의 동반자일 수 있다.
흡수통일은 몽상에 불과하다.정부는 지금 커다란 착각 속에서 곡예를 하고 있다.의도적으로 하는 일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현 정부는 군을 허물어내리고 있는 것이다.문민정부는 군을 몰라서 하는 일이겠지만 군 수뇌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각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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