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우량기업 가까운 동경증시 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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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아시아기업들이 가까운 도쿄(東京)증시(證市)를 외면하고 뉴욕증시에 몰리고 있다.
뉴욕증시에는 중국의 2개 국영기업이 이미 상장된데 이어 우리나라의 포항제철이 한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오는 10월 주식예탁증서(DR)를 상장시킬 예정이다.
또 우리나라의 한전(韓電)과 삼성전자 역시 뉴욕증시에 DR를상장시킬 준비를 하고 있는데다,적어도 7개이상의 중국기업들이 뉴욕증시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도쿄에는 한국기업들은 아예 상장문의조차 없는 실정이고 중국쪽에서는 일부 도쿄에 상장 의사를 내비치기는 했지만 결국 발길을 뉴욕으로 돌리고 말았다.
아시아의 금융중심지를 꿈꿔온 금융대국 일본으로서는 같은 아시아기업들이 일본을 피해 뉴욕으로 줄을 잇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특히 일본의 도움으로 출발해 오늘날 조강생산능력 세계1위를 넘볼 정도로 성장한 포철(浦鐵)이 도쿄가 아니라 뉴욕증시에 상장된다는 사실이 일본의 산업계와 증시에 일종의 충격을 주는 모양이다.
포철이 세계적으로 상장기준이 엄격하기로 소문난 뉴욕증시에 직(直)상장할 수 있다는 것은 국제적인 우량기업으로 인정받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다가 반도체(D램)분야에서 세계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DR가 뉴욕에 상장되면 한국기업의 성가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도쿄증시는 왜 아시아의 우량기업들에 외면당하고 있는가.
이는 일본이 쌓아 놓은 폐쇄성때문에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는게일본안팎의 공통된 분석이다.
도쿄증권거래소의 상장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일본이외의 다른아시아기업들은 사실상 상장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쓰루시마(鶴島)도쿄증권거래소전무는『현재의 상장기준은너무 높다』고 시인하면서『환경변화에 맞춰 기준을 바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도쿄증시는 최근 상장의사를 타진해온 중국기업에 대해 오사카증시에다 물어보라고 돌려보낼 정도로 아시아기업에 배타적인자세를 바꾸지 않고 있다.반면 뉴욕증시는 엄격하다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아시아기업들의 상장에 상당한 융통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美증권거래위원회(SEC)는 상해(上海)석유화공社와 화능 발전社를 상장시키면서 중국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본국의 재무제표를 번역한 것을 그대로 인정해주는 우대조치를 취했다.
여기다가 일단 뉴욕에 상장되면 런던등 다른 시장에서도 상장이쉬워지고 결과적으로 자금조달이 용이해진다는 이점이 있다.또 미국의 기관투자가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기업에 주목하고 있는점도 아시아기업들이 뉴욕증시에 몰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주식거래의 장(場)으로서(뉴욕시장에 비해)도쿄시장은 확실히매력이 떨어진다』고 닛코(日興)증권의 무토(武藤)아시아담당조사부장은 평가한다.
결국 도쿄증시가 스스로 폐쇄성을 깨고 국제화되지 않는 한 아시아 우량기업들의 뉴욕행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金鍾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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