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남자로 살아온女人 들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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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병역의무까지 마치며 55년간 남장을 하고 감쪽같이 남자행세를해오던 한 여인이 음식점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혀몸수색을 받는 과정에서 우연히 여자라는 사실이 밝혀져 화제.
화제의 주인공은 경기도하남시풍산동에 사는 郭모(55)씨.
郭씨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는 사실은 지난 19일오전3시쯤 경기도구리시인창동「마라도집」에 들어가 오징어.생선등 14만여원상당의 물건을 훔친 혐의(절도)로 남양주경찰서에 구속되면서 드러나게 됐다.
경찰은 郭씨를 구속하기 위해 유치장에 수감하기에 앞서 몸수색을 하다 가슴이 유난히 크고 몸매가 날씬한 점을 수상히 여겨 교환원 李모양(24)을 불러 몸수색을 실시,진실(?)을 밝혀냈다. 경찰에 따르면 郭씨의 부모는 郭씨 위로 3명의 여자아이를낳았으나 모두 3세가 되기전에 목숨을 잃는 비운을 겪자 동네 용한 점쟁이로부터『여자아이에게 남자행세를 시켜야만 목숨을 이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를 실천에 옮겨 郭씨가 태어나자 남자로 출생신고를 했으며,郭씨는 현재까지도 주민등록상에 남자로등재돼 있다.
郭씨는 국민학교도 남자로 행세하며 다니는등 어린 시절을 철저히 남자가 되어 자랐다.이에따라 음성은 물론 체격까지 자연스럽게 남자형태가 되었다는 것이 郭씨의 진술.
또한 郭씨는 절대절명의 위기상황인 군입대를 위한 신체검사를 국민학교만 졸업했기 때문에 학력미달로 면제받는 바람에 피할 수있었다.그 뒤 민방위교육은 일반 남자와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받아 국내에서는 전무후무하게 여자면서 병역의무를 필(畢)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郭씨는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공중목욕탕은 절대 찾지 않았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혼자 주방에서만 일할 수 있는 요리사일을 택해 최근까지 계속해오다 요즘은 집에서 쉬고 있다. 평생을 남자로 살기로 작정한 郭씨는 현재까지 독신녀생활로 일관해오고 있으며 아직껏 남자교제는 단 한차례도 없었다고 담당경찰에게 귀띔하기도.
郭씨는 25일 오전 55년만에 제자리(?)를 찾아 여자감방에들어가게된 것과 관련,『자신의 운명일 뿐』이라면서도『사회가 허용한다면 남자로 계속 살아가는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全益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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