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를찾아서>"국화와 칼"책에 얽힌 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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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화와 칼』은 일본인과 일본문화의 기묘함.신비함을 미국인의논리로 풀어내기 보다는 그 자체로서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그러나 그것은 「무궤도의 기묘함」이 아니라 그나름의 논리와 설명을가지는 체계적인 틀 안에서 묘사돼 있으며,또한 그러한 상이한 체계가 자신의 문화와 비교해 볼 때 나쁘다거나 좋다거나를 말할수 없는 극단적인 문화상대주의의 입장에서 제시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일본인의 기이함을 이해할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문화가 지니는 특이성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며,이것이 바로 이 책이 오늘날까지 널리읽히고 있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사실 이책은 지난 46년 처음 출판된 이래 미국에서만도 35만부가 팔렸으며,일본에서는 48년에 일본어로 번역된 후 1951년에 문고판으로 되고 그 후 88년까지 78쇄 1백만부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처음 나왔을 당시 이책의 선전에 는 『이책에의해 천황제의 존속이 결정되었다』는 문구가 포함될 정도로 영향력이 큰 것이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74년 을유문화사에서 문고본으로 첫선을 보인이후 현재까지 5개 출판사에서 번역본이 나왔으며 일본교양서적으로 꾸준히 읽히고 있다.
물론 일본내에서는 이 책에 대해 구미의 가치관을 척도로 삼아일본을 보고 있다든가,지역적 편차와 역사적 변화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일본을 하나의 단순하고 일관된 체계로만 다루고 있다고 지적하며,또한 그녀가 사용한 자료의 보편성이 나 통계적 실증의 결여를 비판하기도 한다.
국민성 이론은 사실 통계적 적실성과 경험적 일반론 사이의 간격을 메우지 못한다는 점과 시대와 상황에 따라 사람의 행동은 바뀌며 사람은 전략적 선택으로 행위를 이룬다는 점을 간과하는 위험을 안고 있다.
특히 현재 일본의 젊은 세대를 설명할 때 이 책의 내용이 전적으로 유용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저작은 일본인의 행동을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해석적 방법에 기초해 일본인의 문화를 유형화한 것이며 보다 중요한 것은 이 책에서 말해지고 있는 일본인의 문화적 특징,즉 위계서열.집단지향.은(恩)과 보은(報恩)의 개념.의리(義理)의 실천 덕목.수치개념의 중요성.규범이나 법으로 규정된 영역과 자유로운 영역의 확연한 분리 등을 오늘날 일본문화의 기저에서 여전히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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