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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문화대상>제20회 수상자인터뷰 예술대상 吳泰錫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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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0년동안 매일 10시간 이상 연습의 강행군을 견뎌온 단원들의 노력이 인정받게돼 기쁩니다.』 극단 목화(木花)레퍼토리컴퍼니의 대표 오태석(吳泰錫.54)씨는 올해 국내 작가로는 처음으로 자신의 작품 5편을 연달아 공연하는「오태석 연극제」(4월1일~7월30일.예술의 전당)가 열린데다 큰 상까지 타게돼 극단 창단 10년만의 겹 경사라며 활짝 웃었다.84년 창단이래 토속어등 잊혀진 한국어의 재발견을 통해 한국적 성정(性情)을 무대위에 재현해온 극단 목화는 번역극 일색의 국내 연극계에서 외곬로 토속연극만을 고집해왔으며 철저한 연습과 앙상블연기로 국내 창작극의 수준을 몇단계 끌어올린「독보적」존재로 평가된다.
『일제시대나 6.25등 민족수난기를 겪으면서 우리 언어는 상당부분 변질.훼손됐습니다.무대를 통해 우리말을 풀어내고 다듬는것이 우리 언어.우리 정서를 살리는 길이고,그것이 이 시대 연극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간 목화가 세상에 새로 내놓은 창작극 15편을 쓰고 꾸며낸 작가.연출가 오태석씨는 목화의 존재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다층구조로 이루어진 복합문이나 거침없는 사투리등 독특한 언어구사와 사회성 짙은 주제를 통해 한국적 연극찾기에 평생을 바쳐온 작가 오태석.『胎』(86년),『부자유친(父子有親)』(87년),『비닐하우스』(89년),『심청이는 왜 두번 인 당수에 몸을던졌는가』(90년),『도라지』(94년)등 그의 대표작들은 전부목화단원들에 의해 무대에 올려졌다.난해한 구성과 과감한 생략.
비약으로 「오태석 작품은 오태석만이 연출할수 있다」는 평을 받아온 吳씨의 작품은 그와 10년 이 상을 호흡한 단원들에 의해서만 제맛을 내기 때문이다.
『우리 단원들을 정신병자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어요.격렬한 무대 에너지와 신들린 연기는 미치지 않고는 못해낸다는 뜻이겠지요.』 매일같이 민속 춤사위를 익히고 전통 가락을 몸에 배게하는훈련을 거듭해온 목화배우중 장구를 못다루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5천년 문화유산을 토대로 세계시장에 내놓을 한국연극을 만들어내는게 목표입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에서 이기려면 상품에 앞서 문화를 팔아야 한다는 吳씨는 그러나 『세계시장에 내놓을 변변한 작품하나 없는게 한국연극의 현주소』라며 고정수입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면서 10년을 견뎌온 목화배우들이생계걱정 없이 연극에만 매달릴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털어놓는다.
〈李正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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