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Q : 스톡그랜트가 뭔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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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스톡그랜트가 뭔가요

A: 성과급 대신 주식 공짜로 주는 것 일정 기간 후 팔 수 있는 스톡옵션과 달라

지난달 26일 국민은행이 이사회를 열고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폐지하고 대신 스톡 그랜트(주식 보상)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행장을 비롯한 임원에게 성장·이익·주주가치 등 장기 성과 목표를 달성하는 정도에 따라 주식 수량을 달리 정해 지급한다고 합니다.

스톡옵션이나 스톡그랜트는 모두 실적을 올린 기업 임원들에게 보상을 해 주는 제도입니다. 한때는 스톡옵션이 큰 인기였는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스톡옵션이 실제 성과보다 지나치게 많은 보상을 한다며 문제점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스톡옵션은 경영 성과에다 주가 상승분까지 얹어 주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증시에 돈이 몰려 실적 이상으로 주가가 많이 오를 땐 스톡옵션으로 챙길 수 있는 이득이 훨씬 크게 됩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스톡 그랜트입니다.

스톡그랜트가 뭐기에 스톡옵션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하는 걸까요. 우선 스톡옵션의 문제점을 알아 볼까요.

스톡옵션은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산 뒤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팔 수 있는 권리지요. 회사의 성과가 좋아져 주가가 오를 경우 높은 가격의 주식을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에 큰 차익을 남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주가가 내린다고 해도 추가로 부담할 의무는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스톡옵션은 넉넉한 보수를 지급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벤처기업들이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많이 활용했습니다. 회사 입장에선 큰돈 들이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쓸 수 있고 스톡옵션을 받는 임직원 입장에선 경영 성과를 높이면 큰돈을 벌 수 있지요.

하지만 스톡옵션은 단점도 있습니다. 임직원들은 회사의 장기 성장보다 본인의 이득을 챙기기가 쉬워진다는 겁니다. 본인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시기에 주가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단기 실적에만 급급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지요. 또 경영 성과와 관계없이 증시 호황 등의 이유로 주가가 크게 오르면 그 차익까지 덩달아 챙겨 간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주가가 9000원인 영이네 기업이 신임 최고경영자(CEO) 철이에게 취임 3년 뒤(행사 시기)부터 주당 1만원(행사 가격)에 스톡옵션 10만 주를 부여했다고 가정해 볼까요. 3년 뒤 영이네 기업 주가는 1만5000원으로 올랐습니다. 이때 철이가 스톡옵션을 행사할 경우 5억원(5000원×10만 주)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지요. 철이는 3년 전 9000원이었던 주가를 1만5000원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에 적절한 보상을 받았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지난 3년 동안 영이네 기업이 속한 산업의 경기가 매우 좋아 해당 업종의 주가가 평균 두 배 올랐다고 가정해 볼까요. 이 경우 영이네 기업이 꼭 좋은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없겠지요. 다른 기업은 주가가 두 배 이상 올랐는데 철이가 경영하는 영이네 기업은 67% 오르는 데 그쳤기 때문이지요. 스톡옵션은 높은 성과에 대한 보상인데 철이는 경쟁사보다 실적을 더 올리지 못했지만 단지 해당 업종이 호황인 이유로 막대한 보상을 받게 되는 거지요.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은 2004년 최대 70만 주의 스톡옵션을 받아 약 100억원대의 평가 차익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 은행 노조는 “강 행장 임기 3년 동안 국민은행의 위상이 추락했지만 행장 본인은 막대한 스톡옵션을 챙겼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스톡그랜트입니다. ‘주식을 부여한다’는 뜻인 스톡그랜트는 미래 원하는 시점에 주식을 사서 되파는 스톡옵션과 달리 회사 주식을 공짜로 주는 것입니다.

경영 성과에 대한 보너스로 주식을 바로 받기 때문에 미래 주가가 어떻게 변하든지 관계 없습니다. 실적만큼 주식을 주니 경영 성과와 곧바로 연결됩니다.

회사는 일정한 목표를 세워놓고 스톡그랜트 부여 대상자의 실적을 매년 평가한 뒤 갖고 있던 주식을 주거나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직접 사서 공짜로 나눠 주지요. 회사의 주가가 올라가면 그만큼 보상이 커진다는 점은 스톡옵션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주식을 현물로 받기 때문에 언제든지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스톡옵션과 다릅니다.

또 스톡옵션은 주가 변동에 따라 큰돈을 벌거나 반대로 휴지조각도 될 수 있지만 스톡 그랜트는 사실상 일정 금액의 성과급을 주식으로 대신 주는 것과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LG그룹 계열사가 2001년부터 스톡그랜트를 도입했고, 미국에선 코카콜라와 같은 대형 기업이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톡그랜트에 대해서도 비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톡그랜트는 스톡옵션과 달리 정관 변경과 같은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활용할 수 있지요. 그러니 현 경영진이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대로 스톡그랜트를 부여받아 많은 돈을 챙길 수 있다는 겁니다.


경영진이 이익고통 함께 나누게 자기 돈으로 주식 사야 스톡옵션 주기도

다른 보상 제도 뭐가 있나

전문 경영인이나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보상 수단은 일반적인 스톡옵션이나 스톡그랜트만 있는 게 아닙니다.

스톡옵션을 도입하되 경영진이 주주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도록 보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루이스 거스너 전 IBM 회장은 취임해서 스톡옵션 제도를 손질했습니다.

스톡옵션을 경영진에게 제공하는 대신 경영진이 자신의 돈으로 회사 주식을 사지 않으면 스톡옵션을 받을 수 없게 했습니다. 경영진이 경영의 과실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고통도 분담하도록 한 것이지요.

이렇게 하니 경영진은 주주와 같은 입장이 됐습니다.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보지만 주가가 떨어지면 손해를 보게 되지요. 일반적인 스톡옵션은 주가가 떨어지면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됩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좀 다릅니다.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아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경영진 자신의 주머니에서 돈이 새 나가는 데 따른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지요. 경영진은 자신의 호주머니가 얇아질 것을 걱정하면 열심히 주가를 올리려 노력할 겁니다.

성과 연동형 스톡옵션도 있습니다. 이는 행사 가격이나 부여 수량을 미리 정하지 않고 기업의 성과에 따라 나중에 정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할증 스톡옵션은 스톡옵션을 부여하더라도 부여 시점의 주가를 기준으로 일정 비율 이상으로 행사 가격을 정하거나 행사 가격을 정기적으로 일정 비율씩 올리는 제도입니다. 아예 현금으로 보상할 수도 있습니다. 현금 보상은 성과에 연동해 성과급을 주는 겁니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3월 주총 때 스톡옵션을 지난해의 절반 정도로 축소하는 대신 성과 연동에 따른 성과급제를 도입했습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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