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즈니스 메카로] 2. 한국오웬스코닝 사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국오웬스코닝의 제임스 블래직 사장에게 2003년은 힘든 한해였다. 한국에 진출한 지 13년 만에 벌어진 한달보름 동안의 파업과 공장 폐쇄 등 극단적인 노사 대립으로 마음 고생이 많았다. 노사가 다시 손을 맞잡은 지 6개월여가 지난 지금 그는 올해 회사 경영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회사와 근로자가 힘을 합쳐 대내외 신뢰 회복과 경영 정상화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노사 관계도 크게 달라졌어요. 경영 정상화 속도가 놀랄 정도로 빠릅니다."

블래직 사장은 변화의 원동력이 '원활한 의사소통'이라고 강조했다.

"파업 이전에는 경영진이 회사에 대한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쳤습니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를 설명하지 않았어요. 그 과정에서 오해와 불신이 생겼고 끝내 파업으로 치달았다고 봅니다."

그는 파업기간 중 노심초사하며 터득한 교훈을 즉각 실행에 옮겼다. 직급별.소규모 그룹별 회의를 자주 열고 사장이 직원들과 선 채로 자주 대화를 나눈다. 역시 고객 중 하나인 다른 관련 회사에도 직원들이 직접 찾아가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직원들이 '회사가 우리 각각을 인정하는구나''회사가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구나'하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사 간 신뢰 회복과 협력적 관계 형성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블래직 사장 못지않게 한국후지제록스의 다카스기 노부야(서울재팬클럽 이사장)회장도 사내 의사소통에 애를 쓴다. 석달에 한번씩 직원들과 '토크 플라자'를 마련하고 시간이 나는 대로 현장에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눈다. 모임이 끝나면 거의 예외없이 직원들과 함께 삼겹살 안주에 소주잔을 기울여 얻은 별명이 '삼겹살 회장'.

"노사 문제의 핵심은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노사 간 신뢰를 쌓는 것이지요. 서로 믿도록 하려면 격의없는 대화가 필수조건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