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또 다른차별 군필 가산점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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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7일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는 최근 논란이 됐던「군필자 가산점제」를 놓고 총무처의 수정안에 대한 행정쇄신실무위원회가 열렸다. 수정안은 현행 과목별로 만점의 3~5% 가산점을 주던 것을 6,7급 공무원 채용시험에서는 그 절반인 1.5~2.5%를 가산해 주고 8,9급 시험에서는 현행제를 유지한다는 게 골자였다. 이날 회의를 지켜보면서 가산점 존속론의 근거에 대해 몇가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우리의 안보현실등을 고려해 볼때 신성한 국방의무를 다한군복무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은 보상으로서 적절하다는 주장에 관한 것이다.국방의무 수행에 대해 적절한 보상과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그러나 그 보상법이 철저히 능력위주로 치러져야 할 채용시험,특히 국민을 위해 봉사할 공무원 채용시험에 적용되는 것은 문제가 아닐수 없다.더구나1점미만 단위로 당락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20~40여점이나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것은 초를 다투 는 1백m경주에서 한 선수에게 5~10m이상 앞선 위치에서 출발케 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고 비유하면 무리일까.게다가 채용이후 호봉으로 군복무 기간을 인정해주고 있어 2중혜택이라는 지적도 제기될 수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재향군인회측은 요즘같이 입대를 기피하는 현실에서 가산점 폐지는 군입대 기피현상을 가중시키리라고 우려했다.그러나 가산점을 준다해서 입대 기피자가 과연 군복무를 이행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대답도 자명하다.
가산제 폐지론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는 이들을 주위에서 종종보게 된다.그러나 그 피해의식은 막연한 것일 뿐이며 실제 이 제도로 인해 피해를 보는 많은 응시 여성들과 군미필 남성들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최근 보도된 국제경영개발연구소(IDM)의「세계 경쟁력보고서」는 한국이 41개 주요 국가중 국가경쟁력에서 24위며 여성의 취업기회는 최고로 봉쇄돼 있다고 밝혔다.군복무 가산제등 채용방식과 관련된 취업상의 성차별 그리고 직장안에서의 다양한 성차별과 국가의 경쟁력 사이에 함수관계가 있지않을까 생각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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