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SBS 영웅일기 해커역 이진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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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진우(27)는 요즘 극중에서 대조적인 두개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본격 컴퓨터드라마『영웅일기』(SBS)에선 수녀가 되고자 하는리디아(옥소리扮)를 결국 俗의 사랑으로 쟁취하게 되는 기태하역을 맡아 치밀하면서도 음울한 컴퓨터해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반면『사랑은 없다』(SBS)에선 신에 대한 사랑과 사람에 대한 사랑사이에서 고뇌하는 순수한 신학교학생 홍명원으로 변신,俗의 사랑은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만다.두 드라마 공히 세팅된 이진우의 이미지는 어려운 환경에서 늘 고뇌를 거듭하 며 善과 惡,聖과 俗의 선택을 강요받는 인물형이다.
깨끗하고 훤칠한 패션 인물群이 판을 치는 브라운관에서 페이소스 짙은 내면연기로 시청자들의 차분한 주목을 받고 있는 그는『평소에도 이런저런 잡생각이 많은 편』이라고 자신을 밝힌다.『나이나 얼굴에 비해 어른스러운 분위기탓에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배역이 주어진 것같다』는 게 그의 부연.대학재수시절 MBC19기 탤런트에 우연히 응모,합격한게 연예계데뷰의 시발점으로 오연수.김찬우.박세준등이 그의 동기다.
단역에만 출연,별로 빛을 못보던 그는 지난해 11월 제대할 때까지 2년5개월간「공수부대의 저격병」으로 군복무를 마쳤다.순수하면서도 웬지 남을 쏘아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이 이때문 아니냐는 의문에 그는『어쨌든 정신집중엔 자신이 있다 』고 웃어넘긴다. MBC『고개숙인 남자』에 출연했던 그를 유심히 보아 온SBS의 오종록PD와 작가 조희씨가 제대후『결혼』의 출연제의를해왔으나「친정인 MBC와의 의리를 생각해」고사했던 그는 결국『영웅일기』와『까치네』출연을 계기로 SBS사람이 되고 말았다.특히『결혼』이후 집요하게 이진우를 원했던 오종록PD.작가 조희씨는 그를『사랑은 없다』의 주연으로 전격 캐스팅,대선배인 황신혜.최명길과의 삼각관계에 세워놓았다.
***공수부대 저격병 복무 최무룡씨를 탄생시켰던 파주토박이로지금도 파주에서 서울을 왕래하는 그는 무명탤런트시절『개천에서 용났다』며 짓꿎은 농을 던지던 고향친구들이 요즘은『열심히 해 훌륭한 배우가 되라』는 격려를 아끼지 않아 적잖은 힘이 된단다.진지하게 삶 을 고민하는「말론 브랜도」류의 연기를 앞으로 계속하고픈 게 그의 꿈.
글=崔 勳기자 사진=吳承桓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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