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작은 기부’ … 책부자 됐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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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어린이 도서관’이 중앙일보 주최 ‘제3회 청소년 푸른성장대상’의 청소년 활동 부문 수상 단체로 선정됐다. 지난달 30일 서울 시흥동 은행나무도서관에서 자원봉사자 정숙자(43)씨가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고 있다. [사진=최승식 기자 ]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사는 정숙자(43)씨는 지역 주민 30여 명과 함께 독서 모임인 ‘동화읽는 어른 모임 함박웃음’에 참여했다.

2002년 어느 날 모임에서 “아이들이 책을 읽을 곳이 없어 아쉽다”는 의견을 나왔다.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살지만 아이들이 이용할 도서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곤 “해보자”며 행동에 나섰다. 회원 30여 명은 십시일반 돈을 모았다. 주민 몇 명도 거들었다. 그렇게 3500만원을 모았고, 그해 9월에 은행나무 사거리 주변 건물 세를 얻을 수 있었다. 도서관 이름은 거리이름을 따 ‘은행나무’로 했다. 지역 엄마들은 자원봉사 ‘지킴이’를 자처해 도서관을 관리하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줬다.

 그러나 1년이 지나지 않아 입주한 건물이 재건축에 들어갔다. 도서관 총무를 맡고 있는 정숙자씨는 “눈앞이 캄캄했지만, 여기서 물러날 수 없다고 모두 뜻을 모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지킴이 엄마들은 3000여 개의 손가방을 만들어 팔고, 기금 마련 바자회도 열었다. 인기 동화 ‘똥벼락’을 연극으로 만들어 엄마들이 직접 티켓을 팔았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다른 건물에 70㎡(27평)의 작은 공간을 마련됐다.

보증금 1500만원에 월세 40만원. 현재 평생회원(월 1만원)은 40명이고, 가족회원(일시불 3만5000원)은 500여 가족이다. 보유 도서는 1만권이 넘는다.

 소액 기부의 힘을 보여 준 ‘은행나무 도서관’ 3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3회 청소년 푸른성장대상 시상식에서 청소년 활동 부문 단체상을 받았다.

중앙일보·국가청소년위원회·MBC가 공동 주최하는 ‘청소년 푸른성장대상’은 청소년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 온 개인과 단체에 수여된다.

이번 3회 시상식에서는 은행나무 어린이 도서관 외에도 남양주시청 임정임 복지과장(복지 부문), 청소년생활교육진흥원 임희병 대표, 충주대원고 이승우 교사(보호 부문), 한국우진학교 손명진 교사(청소년 활동 부문)가 수상했다.

 송지혜 기자 ,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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