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선택대선D-48] 변수·역설·돌출의 11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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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은 대선 D-48일.

역대 대선에서 '변수와 역설'의 시간으로 기록된 11월이 시작됐다.

장거리 레이스를 달려온 대선 후보들이 의외의 도전에 직면하고, 후보 단일화 같은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는가 하면 네거티브 폭탄이 터져 승부가 혼돈 속에 빠져들곤 했던 시점이 대선의 해 11월이기 때문이다.

2007년 11월의 특징 중 하나는 1위 후보 지지율이 두 달째 50%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후보들도 이 시기에 들어서면 30%대로 조정되는 게 과거의 사례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측은 "이런 지지율 고공비행이 전례 없는 일"이라며 승리를 예상하는 근거로 삼고 있다.

네거티브 비판과 악재가 많은데도 이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유지되는 현상을 두고 정치권에선 '50% 지지율의 역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50% 지지율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이번 대선 판의 감상 포인트다.

주가 조작.횡령 사건과 관련된 BBK 검증과 정동영+문국현+이인제 후보의 단일화가 현재 판세를 흔들 수 있는 변수가 될 것이란 주장도 적지 않다.

김경준씨가 이날 14일께 귀국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선 판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는 게 선거 전략가들의 얘기다. 정치컨설턴트 김윤재씨는 "한국 선거의 역동성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고, 최근에는 대세론이 통한 적도 없다"며 "이런 것들도 11월에 존재하는 불확실성의 근거"라고 말했다.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 가능성도 11월의 돌출 사건이다. 이 전 총재가 출마할 경우 한나라당의 지역 표밭인 이른바 '동부 벨트'가 분열되고, 이념적으로 보수 진영의 표가 흩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97년 대선에선 동부 벨트 정당(신한국당) 출신이었던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와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가 분열해 출마하는 바람에 서부 벨트(새정치국민회의) 출신인 김대중 후보가 당선된 사례가 있다.

범여권에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이인제(민주당).문국현(창조한국당) 후보가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어 서부 벨트도 단일 후보를 못 내고 있다. 그래서 지지율 1, 2위인 이명박-정동영의 양자대결 구도가 미완의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11월은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악몽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2002년 11월 16일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는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뒤 포장마차에서 소주잔 '러브 샷'을 나눴다.

그해 10월 26일 지지율(본지 조사)은 이회창 후보 37.2%, 정몽준 후보 26.6%, 노무현 후보 18.4% 순이었지만 단일화 직후의 조사(11월 25일)에선 노 후보가 41.8%로 이 후보(33.2%)를 누르는 대역전극을 벌였다.

97년 11월 3일엔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와 자민련 김종필 후보는 이른바 DJP 단일화 합의문에 서명했다. 두 사건 모두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패배로 연결됐다.

숭실대 강원택(정치학) 교수는 "여러 변수 중 하나의 둑이 터지면 다른 변수들과 맞물려 연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데 11월의 폭발성이 있다"며 "하지만 2007년은 97년, 2002년의 경험이 학습효과로 살아 있어 변수와 역설, 돌출을 예방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의 드라마 같은 변화가 이번엔 안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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