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곳 밝히는 ‘사랑의 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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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대구전력관리처 직원들이 지난달 22일 대구시 지산동 예따라기 공부방에서 도배를 하고 있다.

“선생님, 이 문제는 틀렸지요.”

 “그래. 정신을 바짝 차려야지.”

 윤인혜(26·여) 선생님과 나란히 앉은 초등 6학년 성수(12·가명)가 머리를 긁적거린다. 성수는 틀린 답을 말끔히 지우고 다시 풀었다. “아주 잘했어요. 성수는 수학을 정말 잘하네.” 선생님의 칭찬이 쑥스러운듯 씩 웃는다. 옆자리에서도 친구들이 선생님의 지도로 수학과 영어 공부를 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4시20분 대구시 지산동 예따라기 공부방의 모습이다. 선생님은 한국전력 대구전력관리처의 직원 10명으로 ‘어린이 공부 도우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공부 도우미 봉사활동은 10월 초 시작해 내년 9월 말까지 1년간 계속된다. 매주 수·금요일 오후 4시부터 두 시간 동안 초등 6학년 4명에게 국어·영어·수학을 번갈아 가르친다. 대구전력관리처 사회봉사단의 이환열(52) 현장지원팀장은 “일단 한 해 동안 공부를 가르친 뒤 효과를 평가할 계획”이라며 “결과에 따라 대상 학생을 많이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따라기 공부방은 방과 후 인근에 사는 초·중학생 45명을 보살피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지역아동센터로 방과 후 저소득층 자녀의 숙제와 부족한 과목 공부를 돌봐주고 저녁 식사도 제공한다. 공부방 소속 선생님이 6명 있지만 아이들을 일일이 지도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한전 직원들이 ‘교육 봉사’를 하는 이유다.

이들은 앞서 22일 이곳에서 도배를 했다. 천장을 바른 종이가 찢어지고 전등도 낡아 환경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봉사단원 12명이 종일 구슬땀을 흘린 끝에 어린이들이 생활하는 방 13칸의 도배를 마쳤다. 공부방 운영자인 박진현(50·여)씨는 “한전 봉사단이 많은 도움을 줘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며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아이들을 돌보겠다”고 말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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